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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자살 기도 후 보수 언론 활용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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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자살 기도 후 보수 언론 활용 '물타기'

국정원 직원, 자살 기도 12시간 전 언론 언터뷰…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국가정보원이 비판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직원 권모 과장이 자살 시도 직전 언론과 인터뷰한 것 또한 국정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25일 "자살시도 12시간 전 언론과 인터뷰 왜?… '의문의 행보" 기사를 통해 국정원이 권 과장을 이용해 여론몰이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문은 "권 과장이 자살을 시도하기 12시간 전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터뷰 당시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인 그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이 지난 22일 발견돼 현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경비관계자들이 응급중환자실 출입문에 '정숙'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권 과장은 문서 3건 위조에 모두 관여한 핵심 인물 김 조정관의 상사로, 지난 21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일부 검사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조사를 거부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2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모처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권 과장은 그 사이인 21일 오후 11시 30분경 <동아일보> 기자와 만났다. 자살 기도 후 경찰에 발견되기 12시간 전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검찰은 (실체가 아닌) 법만 보면서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 (국정원의)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위험과 두려움 때문에 대공수사국엔 자발적으로 오는 직원이 거의 없다"며 "그래서 국정원 내에서도 선후배 동료들 간에 가장 끈끈한 조직이다. 검찰 수사는 그 끈끈하던 대공수사 직원들을 이간질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또 "27년간 대공 활동을 해 왔지만 이제 나는 용도 폐기가 돼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형사처벌 되면 나 같은 돈 없는 공무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릴 돈도 없다. 그나마 연금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라며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동아>는 이같은 인터뷰 내용을 "27년간 목숨 걸고 일했는데… 檢, 반말에 조직 이간질 모욕"이라는 제목으로 24일 보도했다.

<한국>은 권 과장이 자살 기도 직전 언론 인터뷰를 한 데 대해 "국정원이 권 과장을 이용한 언론플레이에 나섰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 측 분위기를 전했다. 보고 체계가 확실한 국정원 조직의 특성을 보더라도 권 과장의 언론 접촉이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주요 피의자의 경우 검찰 조사 후 진술 내용까지 꼼꼼하게 챙겼으면서도, 권 과장의 경우 신병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방치를 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권 씨의 신병 확보를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자살하려는 사람이 알리지 않는 이상 (다른 국정원 직원이)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국정원이 권 과장의 언론 인터뷰를 주선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도리어 <한국>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보수 언론 "종북 세력에 국정원 무력화"…국정원 기 살리기

일각에서 흘러나온 '국정원 언론플레이' 의혹을 입증하듯, 보수 언론은 25일 일제히 국정원 '기 살리기' 보도를 내보냈다.

<동아>·<조선일보>·<중앙일보>는 이날 각각 한 면 이상을 할애해 "검찰이 간첩 실체 놔두고 국정원을 조작으로 몰고 갔다"는 권 과장의 유서 내용을 공개하고, 그간 간첩 사건에서 권 과장이 거둔 성과 등을 소개했다.

특히 전날 권 과장 인터뷰를 보도한 <동아>는 "국정원 내부에서도 고민을 거듭하다 비밀에 속하는 전문을 공개해 혐의를 벗으라는 제안을 했지만 권 과장이 거절한 것도 유서에 드러났다"며 "'(비밀을) 공개하면 내가 살겠지만 평생 일한 조직을 위해서는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며 권 과장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다. 이어 "권 과장 마음이 직원 전체의 마음"이라며 국정원 내부 반응도 전했다.


▲2014년 3월 21일자 <국민일보> 1면 갈무리


국정원, '사전 기획' 보도한 국민일보에 정정보도 요청

국정원은 '윗선 위조 지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국정원은
'사전 기획설'을 보도한 국민일보 측에 지난 24일 정정보도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1면과 4면 머릿기사를 통해 "국정원 외부 협력자 김모 씨에게 가짜 중국 공문서에 들어갈 내용까지 써주면서 문서 제작을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이 증거 위조 조작에 단순 개입한 게 아니라 직접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김 과장은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고 있던 김 씨의 말을 믿었다"며 "답변서 위조를 지시하거나 공모하지 않았고 위조방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과정의 일방적 주장이 언론에 유출돼 사실인 것처럼 보도된 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국민일보에 대해 정정 보도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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