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현지시각으로 21일, 러시아 종합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 스포츠 일간지 <소베트스키 스포르트>는 합동으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맹활약한 러시아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을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쇼트트랙은 여자대표팀이 입상에 실패했지만, 남자대표팀의 금3·은1·동1로 중국(금2·은3·동1)을 제치고 금메달 기준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메달 숫자로도 중국의 6개에 이어 5개로 한국(금2·은1·동2)과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한다.
뉴스사이트와 영상·음성 방송도 운영하는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올림픽 3관왕(500·1000미터·계주) 안현수를 전면으로 내세운 실시간 중계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행사가 끝나고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가 보도한 안현수의 답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안현수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우리가 소치에서 그랬듯이 개최국이 확실히 유리할 것"이라고 일명 '홈 어드밴티지'를 인정하면서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무조건 우승한다고 여겨진 선수가 메달조차 획득하지 못하고 그림자에 가려졌던 선수가 입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 (따라서) 한국 쇼트트랙대표팀이 홈에서 군림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은 아니다. 러시아 선수들이 4년 동안 기술을 향상한다면 성공할 기회가 올 것이다"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려 했다.
또한 "해마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기력은 앞으로 이 스포츠에서 얼마나 더 있을 수 있는가를 좌우할 것이다. 물론 한국 올림픽에 가고 싶지만, 모든 것은 컨디션에 달렸다"면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하면서도 기량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소치올림픽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 언론들의 높은 관심에 압박을 많이 느꼈다"고 부담을 토로하면서 "러시아 팬들은 나를 믿어줬다. 어디에서도 이러한 지원은 느끼지 못했다. 우리(대표팀)는 러시아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고 이러한 지지는 올림픽에서 힘이 됐다. 일반적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매우 온화하면서도 열성적이다"고 러시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500미터 역전승에 대해서는 "(결승선에) 나 다음으로 들어온 중국선수(우다징)는 출발이 대단했다. 500미터는 신속한 출발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지만, 올림픽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결국, 시작보다 끝에 (힘을) 더 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기고자 했던 열망이 막판에 도움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2월 21일 500미터 결선에서 안현수는 빠른 시작이 중요한 단거리임에도 눈에 띌 정도로 가장 늦게 출발했음에도 금메달을 획득하여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답변은 맥락상 '늦은 출발'이 사전에 계획됐기보다는 이미 늦게 출발한 상황에서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후반에 힘을 쓰기로 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으로 여겨진다.
'스포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지도자를 겪었다. 어떤 운동이든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러시아 선수들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자신을 계속 믿으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해당 종목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그가 '운동선수'로서 가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쇼트트랙 외적으로는 "2014월드컵은 (H조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좋겠다"면서 자신의 상황을 반영한 말을 했고, 러시아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구소련의 고려인 3세 유명가수 빅토르 초이(1990년 사망)의 이름을 선택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맞다. 그의 노래 중에서 '그루파 크로비'를 가장 좋아하지만, 아직 러시아어로 부르진 못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빅토르 초이가 리더로 활동한 구소련의 전설적인 록그룹 '키노'는 1987년, 서유럽과 미국의 음반 녹음 기술을 도입한 7집 앨범 '그루파 크로비'를 내놓았다. '혈액형'이라는 뜻의 이 앨범은 러시아 음악사상 걸작 중 하나이자 러시아 록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루파 크로비는 이 앨범의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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