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서로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존중하며 이만 넘어가죠?”
젊은 인문학자 엄기호는 지금까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펴냄),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따비 펴냄)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교육, 청년, 세대 담론 문제, 인문학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생생하게 옮겨왔습니다. 삶 속의 아이러니, 학문의 추상적 언어로 쉽게 포장해버릴 수 없는 실질적인 고통을 단단하고 세밀한 언어로 증언해 왔던 그가 이번에는 신간 <단속사회>(창비 펴냄)를 통해, 소통부재의 시대에 관계 단절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해부합니다. 단언하건대 이 책은 2014년 상반기 한국 출판계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오를 내릴 문제작이 될 것입니다.
서로의 취향만을 존중하다보면 ‘같은 것’만을 편안하게 여기는 사적인 동일성의 관계에서만 머무르게 됩니다. 엄기호는 “사적인 것을 더 사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소비하는” 힐링과 취향의 시장에만 만족하지 말자고,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라고, ‘곁’을 찾으라고 당부합니다. 차이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이에게 ‘참조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곁’의 자리가 사라질수록, 거기에는 ‘편’만 들어섭니다. 너는 누구의 편이냐, 내 편이면 나에게 찬성하라고 외치는 ‘편’의 언어에는 ‘자기’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성찰력, 즉 사적 경험을 공적 이슈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자꾸만 사라집니다. 그렇게 망해가면, 안 되지 않을까요.
프레시안, 창비, 알라딘이 공동기획한 <단속사회> 출간 기념 엄기호의 강연을 통해, “고통에 대면하기, 사회에 저항하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함께 모여앉아 낯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도 내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려 할, 그리고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강연에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 및 독자 여러분 50명을 초청합니다. ‘편’이 아닌 ‘곁’을 위한 이번 강연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일시 : 4월 11일(금) 저녁 7시 30분장소 :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 청년회관 바실리오홀 (☞약도)
참석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성함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동반 인원('외 O명'으로 표기) ▲조합원, 프레시앙일 경우 프레시안 아이디를 적어 담당자 이메일(sns@pressian.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신청인원이 초과할 경우,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 ‘프레시앙’에게 먼저 기회를 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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