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일시보호사업 위탁계약을 맺고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으며 3000여 명의 무연고자를 수용한 복지시설이었다.
그러나 1987년, 우연한 계기로 형제복지원 비리가 드러났다. '부랑인 선도'라는 명목으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을 납치해 불법 감금시키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했다. 성폭행도 비일비재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시신은 암매장되거나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갔다. 확인된 사망자만 531명이다.
최악의 인권 유린이 벌어졌지만,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은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박 원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박 원장은 훌륭한 사람이오. 박 원장 같은 사람 덕분에 거리에 거지도 없고 좋지 않소"라고 말했다. 박인근 씨가 마구잡이로 인권을 유린할 수 있었던 '뒷배'가 누구였는지, 군사 정부 수뇌부의 인권 의식이 어떠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발언이다. 실제로 박 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4년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한동안 잊혀졌던 이 사건은, 지난 2012년을 거치며 다시 주목받았다. 박인근 씨가 출소 후 세운 학교에서 학생 사망 사건과 대출 관련 비리가 터졌던 것.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한종선 씨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낸 것도 그 해였다. (☞관련 기사: 매일 고문, 밤엔 동성 간 성폭력…거긴 지옥이었다 , 부산에도 '도가니'? 이 지옥은 왜 무사한가!)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형제복지원진상규명특별법'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사건을 다뤘다.
박인근 씨는 지금도 '복지재벌'로 지낸다.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형제복지지원재단과 박인근 일가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무담보 대출 받은 사실도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에 따르면, 형제복지지원재단이 118억 원, 박인근 씨가 117억 원, 그의 사위 김모 씨가 127억 원, 김모 씨의 누나가 79억 원을 무담보 대출 받았다.
'형제복지원진상규명특별법' 발의를 앞두고, 과거 <프레시안>이 진행한 기획 기사를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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