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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의 왕국'이 감싸는 남자들,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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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의 왕국'이 감싸는 남자들, 이대로 괜찮은가

[이주의 리스트] 비뚤어진 '남자다움'과 여성 대상 성폭력에 관한 책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너무 자주 인용되어 이젠 별 충격도 던져주지 못하는 걸까?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대사는 사실 농담이 아니다. 한국에서 (남성에 의한) 성범죄는 여전히 매우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다. 성범죄가 단순히 ‘이겨내기 힘든 남성의 성욕’ 문제 차원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권력 남용이라는 관점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10월 16일, 강원도 15사단 소속 오 모 대위가 자살했다. 그는 ‘여군’이었다.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매일 야간 근무시키고 아침 출근하면서 야간 근무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류 던짐. 약혼자가 있는 여장교가 어찌해야 할까요?”라고 쓴 그의 일기 겸 유서가 발견되었다. 오 대위의 직속상관 노 모 소령이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오 대위가 이를 거부하자 보복성 야간 근무와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것이다. 육군 수사 과정에서 노 소령이 다른 부하 직원들에게 가한 폭언과 폭행 사실이 추가되기도 했다.

▲ <남성과잉사회>(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현암사 펴냄). ⓒ현암사
하지만 노 소령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오 대위와 노 소령의 부인이 매우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였으며, 오 대위의 자살은 약혼자와의 불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15사단 측은 오 대위가 부당한 야간 근무를 설 당시의 부대 출입 기록 은폐를 기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육군 2군단 보통군사법원은 노 소령의 직권 남용과 강제 추행 등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범죄 정도가 약하고, 초범인 점을 인정했다는 게 이유다. 군 검찰과 가해자 측 모두 항소 방침을 밝혔다. 오 대위가 10개월 동안이나 상관의 부당한 요구를 피하면서 동시에 그의 보복성 명령을 견뎌내는 이중고를 지속했던 것이 남녀 사이의, 그리고 군대 내의 어떤 권력 구도 때문이었는지에 대해, 상급심에서 더 정확하게 따져 밝히길 바랄 뿐이다.

‘이주의 리스트’에선 ‘남성다움’의 비뚤어진 자만심, 성폭력의 참혹한 결과, 부하 여성 직원에 대한 직권 남용 등에 관한 책과 서평을 모아 보았다. 그리고 성범죄자들에게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송강호의 대사를 다시 한 번 변형하여 인용하고 싶다. 그런 죄를 저질러 놓고도, 밥은 먹고 다니냐?

(1)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
(2) 이은의의 <삼성을 살다>
(3) 마라 비슨달의 <남성과잉사회>

(4) 정국의 <섹슈얼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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