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체육회 '김연아 이의제기'는 쇼에 불과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체육회 '김연아 이의제기'는 쇼에 불과하다?

[소치인사이드]'편파적 구성' 인정하면, ISU 문닫을 판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공동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의 심판 구성에 대해 공식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여자 싱글은 김연아 선수가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종목이다.

하지만 체육회의 결정은 김연아 선수의 팬들이 요구해온 판정 번복을 위한 제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팬들의 분노를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판 구성에 대한 공식 조사라는 것은 사실상 김연아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김연아의 판정과 관련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김연아의 동의도 필요 없다. ISU 징계위원회에 공식조사를 촉구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심판 구성이 불공정하게 됐다는 시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해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체육회가 ISU에 공식 서한을 보내겠다는 21일은 이의가 있을 경우 경기 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한다는 ISU 규정에 따른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이의 대상이 심판진 구성이라는 점에서 '쇼'의 성격이 강하다.

이미 김연아는 경기 당일 판정을 받아들였고, 한국선수단장이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을 직접 만나는 비공식적인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조사를 요청했으나, ISU로부터 심판 판정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판정과 관련해 공식적인 이의제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체육회 측에서도 "피겨는 기록 경기가 아니어서 채점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판정 결과는 번복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에 항의하는 팬들이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앞에서 대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에 제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판하고 싸워야 하는 경기라면 올림픽 종목 자격 있나?

심판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경기 직후부터 나왔다. 러시아에서 열린 이번 프리 경기 심판진 구성을 보면, 마치 일제시대에 일본인과 일본인 우호세력이 다수를 차지한 심판진 앞에서 기술과 예술 점수를 매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친러시아 심판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피겨 심판은 모두 13명으로 구성된다. 채점에 관여하는 심판은 레퍼리를 제외한 12명이다. 테크니컬 패널 3명과 심판 9명 등 12명이다. 피겨 채점에서 결정적으로 김연아아게 불리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심판진이 바로 테크니컬 패널이다.

김연아는 같은 기술이라도 레벨이 달라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 레벨을 결정하는 것이 테크니컬 패널이다. 테크니컬 컨트롤러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테크니컬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로 구분된다.

스페셜리스트가 1차적으로 판단을 하고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가 이를 보조한다. 둘 사이 의견이 충돌하면 컨트롤러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스텝과 스핀 등 선수들의 기술 성공 여부를 판단하며 레벨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테크니컬 콘트롤러가 바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 부회장 출신의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다.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도 러시아계 핀란드인이었다.

테크니컬 패널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레벨 4를 남발하고, 김연아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구사해도 레벨 3을 줘버리고, 러시아 선수가 잘못된 에지를 사용해 점프해도 '롱에지' 판정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딴 것은 심판 덕분이고, 김연아는 "심판을 이기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때문이다. 이런 문제 제기가 팬들의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테크니컬 패널을 역임했던 전문가들조차 다시 영상을 살펴봐도 소치올림픽의 테크니펄 패널이 말도 안되는 편파 판정을 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테크니컬 패널의 판정 기준에 따라 수행점수 가산점과 예술점수를 부과하는 것이 심판들이다. 심판 9명도 개최국에 유리하게 구성됐다. 채점에 참가한 심판 9명 중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판정 조작을 시도해 1년간 자격 정지를 받은 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위성국가 출신들이 3명,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협회장의 부인인 알라 셰코프세바(러시아)가 포함됐다.

이렇게 개최국에 유리하도록 노골적으로 심판진이 구성될 수 있는 종목이 피겨라면, 피겨 종목은 아예 폐지되어야 할 지경이다. 따라서 심판진 구성에 대해 체육회가 제기한 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지만, 조사를 한다고 해서 심판진 구성이 잘못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앞으로 심판진 구성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개혁 요구는 특정국에서 이의를 제기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체육회의 결정이 '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