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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격 진료 '한방 버전' 사업 등에 800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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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격 진료 '한방 버전' 사업 등에 800억 투입

보건의료단체 "국가 예산으로 사기업 도와주기, 혈세 낭비"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의사-환자 간 원격 진료 입법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사업에 800억 원을 쏟아 붓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발굴을 위한 미래부 R&D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유아기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별로 겪는 8대 건강 문제를 선정해 이에 필요한 IT-의료 융복합 연구개발(R&D)에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년간 8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8대 건강 문제로 유아의 난치성 장애, 청소년의 비만과 중독, 청장년층의 건강관리 및 건강 자가 진단, 4대 중증질환, 노년층의 치매와 노령화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아의 난치성 장애를 위해 '유전체(게놈·genom) 분석 사업'을 하고, 청소년의 비만을 관리하는 앱을 개발한다. 또 청장년층 직장인들을 대상으로는 한의학 기반의 모바일 건강관리 앱과 건강 체크 기계를, 4대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는 '모바일 복합 진단기기'와 '휴대용 뇌출혈 진단기기'를, 노인을 대상으로는 '바이오 임플란트', '스마트 휠체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미래창조과학부가 20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발굴을 위한 미래부 R&D 추진 방안' 개요. ⓒ미래창조과학부

'한의학 건강 진단 기기 개발'…원격 진료의 한방 버전

미래부는 3년간 75억 원을 들여 '한의학 기반 생활습관 관리 앱과 진단기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개인이 건강 단말기를 통해 생체 지표를 측정하고 전송하면, 민간 기업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피트니스센터나 한방 병원을 연계한다는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 진료'의 한방 버전인 셈이다.

미래부는 "세계 웰니스 관련 시장 규모는 2013년 1488억 달러"라며 ITC와 의료를 연계한 건강관리 사업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모바일 복합 진단기기 기술 개발'에는 3년간 45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전자 청진기'와 '심전도를 측정하는 소형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고, 환자의 생체 신호를 소프트웨어가 자동 분석해 의심 질병군을 제시하도록 하는 사업 모델이다. 미래부는 1차 의원급 의사들이 이들 기계를 사용해 환자를 진료하도록 홍보할 방침이다.
미래부는 "전자 청진기와 심전도 등 생체 신호 계측 기기 시장은 2010년에는 70억 달러였지만 2015년에는 89억 달러로 연 평균 5%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급차에서 휴대용 기기로 뇌출혈 진단?

4대 중증질환의 하나인 뇌출혈을 진단하는 '휴대용 영상기기' 기술 개발에는 15억 원을 투자한다. 미래부는 "중장년층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뇌졸중을 구급차 이동 중에 신속히 진단할 수 있도록 휴대용 실시간 모니터링 의료장비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래부는 구급차에서 뇌출혈을 진단할 수 있도록 15억 원을 들여 '휴대용 뇌출혈 진단기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이를 통해 미래부는 "뇌졸중 환자와 뇌졸중 위험군 환자들, 구급차와 의료기관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7년간 총 240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뇌졸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미래부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안전성과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미뤄보아 그런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의료 행위인데 구급차에서 의사 없이 병을 진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 의료 입법'이 된다고 해도 오진 위험성과 실효성이라는 문제는 남는다. 이상윤 기획국장은 "뇌출혈인데 뇌출혈이 아니라고 오진되거나, 뇌출혈이 아닌데 뇌출혈이라고 오진돼도 문제"라며 "설사 올바르게 진단한다고 해도,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뇌출혈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조기 진단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비만 관리, 게임 중독 상품 개발에도 190억 투자

청소년 비만 예방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에는 90억 원을 쓴다. 미래부는 "교육청과 연계해 스마트폰 기반의 SW업체와 통신사가 초·중·고등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 관리, 피드백, 스마트폰 앱 제품화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기술에도 3년간 100억 원을 투입한다. 미래부는 "인터넷과 게임을 할 때 청소년의 뇌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측정"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정보 수집 디바이스'와 청소년 스스로 중독 정도를 진단하도록 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 관리 상품과 게임 중독 관리 상품을 개발해 학부모들에게 팔겠다는 것이다.

이들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는 근거로 미래부는 "주요 7개 국가(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일본)의 비만 시장이 약 5억 6000만 달러에 달하고, U-헬스케어 시장이 2013년 254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노인 임플란트와 생체 정보 측정 '스마트 휠체어'도 개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는 "잇몸뼈가 없거나 턱뼈가 부실한 노인이 쓸 수 있는" 바이오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노인의 잇몸과 임플란트 소재를 고정시키기 위한 임플란트 생착 주사제"를 개발하는 데 30억 원을 투자한다.

이와 관련해 2013년 3570억 원 규모였던 국내 임플란트 시장은 2017년까지 4340억 원으로 커지고, 2013년 4조300억 원 규모였던 국외 임플란트 시장 규모가 2017년 5조4800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미래부는 전망했다.

미래부는 1년 차에 바이오 임플란트와 임플란트 생착주사제와 관련한 국내 외 특허를 출원하고, 3년 차에 기술 이전 기업 중심으로 바이오 임플란트 인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노인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스마트 휠체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30억 원을 들인다. 미래부는 "휠체어 시장은 2010년 20억 달러에서 2014년 25.8억 달러로 연 평균 7% 증가하고, 고령친화산업은 2010년 33조 원에서 2020년 125조 원으로 연 평균 1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헬스, 기업에 수익 창출하지만 국민에게는 의료비 부담 상승"

이번 사업과 관련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원격 의료 시장에 예산을 투자했다고 생색내겠으나, 이는 특정 사기업을 국가 예산으로 도와주는 꼴이자 사실상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부터 2013년까지 정부는 355억 원을 들여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LG전자 등과 함께 '스마트케어(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벌였으나, 사업의 효과성과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아 '예산 낭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의료 분야를 '시장 창출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미충족된 국민의 건강 영역이 시장 창출 효과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의 직접적인 의료비 부담이 상승한다는 의미"라며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으로 잡혀야 할 돈을 정부가 민간 시장의 '수익'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은 유헬스와 원격 의료를 '창조 경제'라고 말하며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기업들에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줄지 몰라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민영화된 의료 제도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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