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일본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와 벌금 12억 달러(1조2828억 원)에 지난 4년간 이어진 급발진 관련 수사를 종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업체에 매긴 벌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토요타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 차량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안전 규제 당국과 의회, 일반 소비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홀더 장관은 "간단히 말해 토요타의 행위는 수치스러운 짓이다. 토요타는 이미 인지하고 있던 안전 문제를 즉각 공개하거나 개선하지 않은 채 소비자를 호도하고, 의회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면서 "운전자가 운전할 때는 내 차는 안전하다고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요타는 벌금을 내는 대신 3년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당장은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됐다.
법무부는 토요타와의 합의에 따라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통해 토요타의 (자동차 생산 및 판매 등과 관련한) 정책과 관행, 절차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토요타는 급발진 문제로 2009년부터 24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1천2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하고 소송을 낸 소비자들에게 16억 달러를 배상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특히 문제를 인지하고서도 급발진이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렀거나 운전 미숙으로 발생했다면서 기기 결함 의혹은 철저히 부인하다 '늑장 리콜'을 했다는 점에서 회사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홀더 장관은 "토요타 자동차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따끔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리콜은 회사의 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소비자 기만은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폭스 교통장관은 이번 벌금이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부과한 6600만 달러의 벌금에 추가해 매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자동차 업체들에 미국 정부의 리콜 요구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요타 북미법인의 크리스토퍼 레이놀즈 법률담당 최고책임자(CLO)는 "이번 합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끼친 우려에 책임을 통감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토요타와 법무부의 합의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자동차 점화장치 이상을 10여년 전에 인지하고도 무시해온 데 대한 법무부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GM은 지난달 자동차 점화장치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160만대의 차량 리콜을 실시했다.
소비자들은 이 결함과 관련해 30여 건의 사고와 12명의 사망이 보고됐음에도 GM의 기술자들이 계속 묵살해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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