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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도, 형평성도 잃은 박근혜 정부 월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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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도, 형평성도 잃은 박근혜 정부 월세 정책

[시민정치시평] 서민은 안중에 없는 '후진화 정책'

정부가 지난달 26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이하 2.26 방안)을 내놓았고, 이달 5일에는 집주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보완방안(이하 3.5 방안)을 내놓았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 방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해법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먼저 2.26 방안이다. 이 방안은 월세 세입자들의 조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월세에 대한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둘째, 공제대상을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에서 7000만 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셋째,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방식을 분리과세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이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세액공제다. 소득공제는 소득세 산출의 대상이 되는 소득 규모(과세표준)를 줄여주는 것을 말하고,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출한 산출세액에서 추가로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월세에 대해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도입한 것은 세입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전국 2500만 명의 취업자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 특히 저소득층을 수혜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69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 그리고 760만 명에 달하는 면세 근로자가 수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대다수가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저소득층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한다면 소득공제, 세액공제보다는 주거급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면세 근로자들이 최우선적으로 수혜대상에 포함된다. 또 월세의 10%를 지원하기보다는 기초연금처럼 정액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저소득층에게 더 두터운 지원이 가능하다.

다음은 3.5 방안이다. 이 방안은 월세 임대소득 과세에 반발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 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는 올해와 내년 임대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둘째, 이들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필요경비율을 현재의 45%에서 60%로 올려 주기로 했다. 셋째, 다른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본공제 400만 원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와 내년 임대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것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주인들의 강한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다. 필요경비율을 높이고 기본공제 400만 원을 도입한 것은 집주인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정부 개편안이 입법화될 경우 집주인들은 어느 정도의 소득세를 내야 할까. 월세 임대소득 이외의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와 초과인 경우가 서로 다르다. 먼저 2000만 원 이하인 경우다. 이 경우 월세 임대소득이 월 83만 원(연간 1000만 원) 이하라면 영구적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월세 임대소득이 월 100만 원, 120만 원, 150만 원인 경우에도 각각 월세의 1%, 1.9%, 2.7%의 소득세만 내면 된다. 소득세 실효세율(조세액을 소득으로 나눈 것)이 이렇게 낮은 것은 필요경비율 상향과 기본공제 400만 원에 따른 감세분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다른 소득이 2000만 원 초과인 경우다. 이 경우에는 월세 임대 소득 규모와 상관없이 월세 임대소득의 6.16%를 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로 내야 한다. 이 경우 소득세 실효세율이 앞의 경우보다 큰 것은 정부가 기본공제 400만 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경우를 비교해 볼 때 다른 소득 2000만 원을 기준으로 기본공제 400만 원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3.5 방안은 지나치게 부실하고 거친 것이다. 3.5 방안이 원안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다른 소득이 2100만 원인 경우에 월세 10만 원에 대해서 실효세율 6%가 적용되고, 다른 소득이 1900만 원인 경우에는 월세 100만 원에 대해서 실효세율 1%가 적용된다. '절벽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계층별 조세부담 효과가 절벽효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단효과가 나타나도록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린다며 반발하는 집주인들도 많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산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모의실험을 해 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건강보험료 부담을 많이 늘리지는 않는다. 다만, 서민 2주택자의 건강보험료율이 매우 높은 반면 부자 2주택자의 건강보험료율은 매우 낮다는 지적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가 1억 원의 주택 2채를 가진 남성(55세)의 경우, 주택 2채가 노후자금의 전부라면 그의 연평균 노후자금(30년 가정)은 667만 원이다. 문제는 그의 연간 건강보험료가 136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노후자금 대비 건강보험료 비율이 20.3%다. 반면 시가 50억 원의 주택 2채를 가진 남성(55세)의 경우, 그의 연평균 노후자금(30년 가정)은 3억 3333만 원에 달하지만, 건강보험료는 374만 원에 불과하다. 노후자금 대비 건강보험료 비율이 겨우 1.1%다.

어떤 정책이든 '효율성'이 있어야 하고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월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2.26 방안은 대다수 저소득층 월세 세입자들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3.5방안은 부유층 집주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서민층 집주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부실하다. 정부가 이에 대한 적절한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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