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해 온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방식이 '8월-20만 명'으로 확정됐다. 일단 경준위를 통해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하는 모양새를 갖춘 셈이지만 이를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경선불참 의중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게다가 범여권의 대열정비 이전에 실시되는 '8월-20만 명'이라는 경선방식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를 두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강재섭 대표 중재안 관철…경준위 해산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 김수한 위원장은 18일 오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의 시기는 대통령 선거일 120일 전까지 개최하도록 했고, 선거인단의 정수는 여론조사를 포함해 20만 명을 기준으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각 대선주자 진영에 제안한 '8월-23만'안을 두고 "20만 명으로 하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의 요구가 반영돼 최종 확정된 것. 선거인단 배분 비율은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과 여론조사를 각각 2:3:3:2로 반영하는 현행방식이 그대로 적용됐다.
김 위원장은 "이제 한나라당은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받들어 공정하고 절도 있는 경선을 치르고, 성숙한 모습으로 국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준위는 최종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날 공식 활동을 마치고 해산됐다.
경준위에서 확정된 안은 향후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상임 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국민 관심도 떨어질 것" vs "'흥행 요인은 충분"
산고를 거듭한 끝에 '8월-20만 명'이라는 경선 룰이 마련됐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절충한 결과 탄생한 이 방안이 파괴력 있는 흥행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시기나 참여인원보다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의 성향과 이념, 정책이 그리는 대립구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형성하고 있는 2강구도 자체가 흥행의 카드"라면서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50대 이상, 저학력·저소득 계층, 이 전 시장은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로 각각 지지층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만큼 대립요소가 강해 흥행 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대한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의 근거는 미리 선출된 후보에게 여권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는 점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조직적으로 한나라당의 후보를 공격할 구심이 여권에 없고, 또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아 여권의 정책실패도 쉽게 관심에서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의 김헌태 소장은 "일반적으로 8월 경선은 참여율이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아무래도 휴가철이니만큼 특히 젊은 사람들의 투표율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20만 명이라는 숫자도 '조직투표' 논란 등의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고, 100만 명을 참여시키겠다는 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보다 효과도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 손학규 지지표 흡수-朴, 지지율 반전 시간확보
한편 전문가들은 대개 확정된 경선 룰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준 교수는 "아무래도 원안인 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규모가 늘었기 때문에 상대적 여론우위를 보이는 이명박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김형준 교수는 손학규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할 경우를 가정해 "손 전 지사와 이 전 시장은 지지율이 겹치는 측면이 있다"면서 "손 전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지지층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이 전 시장이 그 표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명박 독주현상'의 배경은 여권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수의 여권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가설"이라면서 "8월이면 여권의 대열정비 이전이므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로서도 8월까지 지지율 반전을 위한 시간을 번 셈이므로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8월-20만'이라는 중재안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음으로 해서 손학규 전 지사의 경선불참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손 전 지사가 빠진 경선은 보수 기득권을 가진 두 사람의 싸움으로 전락해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헌태 소장은 "손 전 지사가 불참하면 상징적인 의미에서 한나라당이 보수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경선안 확정으로 이제 관건은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유지되느냐, 꺾이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의 흥행은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에 달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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