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찰‧노조설립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세계 이마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노조 설립 관련 정보를 넘겨준 대가로 현금 8000만 원을 받았다"는 퇴직자의 폭로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17일 열린 최병렬(65) 이마트 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 5명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이마트 M점포에서 일했다 재작년 퇴사한 박 모(34) 씨는 "백 (이마트 본사 인사관리팀) 과장이 노조 자료를 넘겨주면 희망퇴직으로 잘 처리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박 씨의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박 씨가 백 과장에게 넘겨준 자료는 노조 설립 예정일, 노조 설립을 함께 논의 중이었던 이들과 나눈 대화 내용, 관련 회의 자료, 이메일 내용 등이다.
박 씨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다 달라고 해서 하루 4~5차례 백 과장을 만나 아는 대로 모두 설명하고 서류도 전했다"며 "(전수찬 노조위원장을 만나러) 서울에 갔던 날에도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백 씨를 서울역에서 만나 전 위원장 등과 나눈 대화와 자료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전 위원장과 백 과장을 서울역에서 만난 날은 재작년 10월 8일로, 이마트 노조 설립 예정일(10월 26일)을 보름여 앞둔 민감한 시기였다.
서울 모처에서 만난 박 씨와 전 위원장 등은 노조 설립 준비 정도와 예정일 등을 논의했고, 이로부터 약 일주일 후 노조 설립을 함께 준비 중이던 김만중 노조 회계감사가 해고, 전수찬 위원장이 경기 인천에서 전남 광주로 원거리 인사 발령됐다. (관련 기사 보기 : 신세계 이마트 노조 설립 직전 노조간부 해고·인사이동)
"5만 원권으로 8000만 원 주고 '계좌에 입금 말라'"
노조 설립 방해 목적으로 정보를 넘겨받은 이마트 측이 대가를 수천만 원의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박 씨는 같은 해 12월 "백 모 과정으로부터 약 8000만 원을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받았다"며 "모두 5만 원권 지폐로 받았고 백 과장이 '이 돈을 계좌에 입금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희망퇴직 시기를 어떻게 정했느냐고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백 과장이 노조가 설립될 때까지는 정보를 빼내야 하므로 아직은 그만두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이마트 측의 사건 은폐 및 축소 시도 정황도 나왔다. '고용노동청 조사 당시 백 과장이 진술 내용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지시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박 씨는 "그렇게 1, 2회 조사 때까지 그렇게 했었다"며 "그러나 바로잡고 싶어 3, 4회 조사 때는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심문이 끝나고 나서도 '죄송하다.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한 후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언급된 백 과장은 이 재판 첫 공판이 열리기 직전인 이달 1일 자로 승진해 현재는 부장급이다. 전수찬 위원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마트는 '노조를 탄압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는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 외려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다'는 그릇된 기업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전 대표 등 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5명은,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들을 사찰(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하고 해고하거나 장거리 발령 내는 등 불이익을 줌으로써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3일 열렸던 첫 공판에서 이들은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앞서 함께 고소‧고발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는 혐의없음을 처분받았다. 정 부회장은 노무 관리 전반을 최 전 대표에게 일임했다는 게 이유고, 허 대표는 부당노동행위 발생 이후 취임했다는 게 이유였다. (관련 기사 보기 : '노조 사찰' 이마트, 오너 정용진은 무혐의…"재벌 면죄부")
* 신세계 이마트 노조 탄압 관련 기사 묶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