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자유기고가·<논객시대> 저자) : 이 코너의 제목이 '취미는 독서'인데, 업무상 읽은 책에 대해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단 홍보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진보정당에 꾸준히 투표하긴 했지만 본인이 좌파인지 늘 의심하는 본인이, 자타공인 좌파 혹은 진보적인 삶을 살아온 세 분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장석준, 정희진, 엄기호. 이름만 들어도 지성과 실천의 향기가 느껴지는 세 분과 본 서평자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3월 19일 저녁 7시 30분으로 예정된 <좌파로 살다> 토론회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좌파로 살다>는 어떤 면에서, 과거 대학 동아리 혹은 학회의 '커리'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혼자 통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읽으면 좋은 책이고, 그 중에는 좌파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그러니 3월 19일에 많이들 와주시면 좋겠고, 또 이 책을 읽는 모임 같은 것도 몇몇 만들어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관심이 있는 분들끼리.
이명현(천문학자) : "과학의 역사에서 혁명을 발견한 쿤은 스스로도 혁명적인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보았습니다."
안형준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쓴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강성모 그림, 씽크하우스 펴냄, 현재는 '오디언'에서 펴낸 오디오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과학'을 'XX'로 대체하고 싶은 나날이다. 3월 14일 오늘 그리고 현재, 달콤한 사탕보다 아인슈타인의 생일을 기리며 강렬한 혁명의 정신으로 뇌를 자극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조이랜드>는 무섭다기보다는 매우 감상적인 성장 소설이다. 아직 다 보지는 못했다. 마감 때문에 출근하면서 읽은 대목에서 주인공이 OO을 했고, 곧이어 뭔가를 각성한 그에게 살인범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살인범은 상당히 유치한 방법으로 주인공을 불러냈다. 21살짜리 주인공은 지금 벌벌 떨고 있다. 그러니까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한 주의 업무 클라이맥스로 복귀해야만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이것이 현대인의 공포다.
성현석(<프레시안> 기자) : 이번엔 '읽지 않은 책' 소개다. 우연히 알았다. 공원국이 쓴 <춘추전국 이야기> 시리즈 6권(역사의아침 펴냄)이 지난해 말에 나왔다는 걸. 온라인 서점에서 보자마자 주문했다. 5권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빈 곳을 메워주는 게 공원국의 책이다. 그저 역사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다. 인간의 삶에, 특히 고대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잘 녹아 있다. 실제로 저자는 “생활·탐구·독서의 조화를 목표로 10년 동안 중국 오지를 여행”했다고 한다. 나로선 그저 부럽기만 한 삶이다. '중국 유람'은 언제할지 모르지만, <춘추전국 이야기> 6권은 빨리 읽어야겠다.
김용언(<프레시안> 기자) : <작가란 무엇인가>(파리 리뷰 엮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다른 펴냄)의 부제는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이다.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 그야말로 저런 부제를 붙이기에 이견이 없는 작가들을 <파리 리뷰> 지 기자들이 만난 심층 인터뷰집이다. 저 작가들 중 '싫어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름은 감히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이 끌리는 이들의 인터뷰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만이 이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소설을 사랑하고, 어떤 위대한 작품을 쓴 개인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독자라면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보석 같은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알코올 중독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레이먼드 카버가 “술을 마시던 시절에는 정오 무렵까지 잠을 잤고 온몸을 떨면서 일어났지요”라며 유감스럽게 회상할 때에는 지금의 나(술을 마시진 않지만 정오 무렵까지 잠을 잔다)를 돌이켜보며 움찔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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