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국회 정보위원회 개의 요구를 묵살해온 서상기 정보위원장(새누리당)이 14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 조작' 의혹에도 석 달 가까이 정보위 개의를 거부해온 그가 돌연 지방선거 출마에 나선 것은 "후안무치"라는 비판이다.
서 정보위원장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시민과 동료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대구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1년간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지방선거 승리에 급급해 새정치연합과 뒷거래 야합을 단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더 집요한 발목잡기에 나설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대구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서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보위 개최 요구를 묵살해 왔고, 이번 대구시장 출마로 당분간 정보위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 위원장이) 정보위를 '식물 정보위'로 만들더니, 이번엔 '식물 대구'를 만들려고 출마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서 위원장이 오늘 해야 했던 일은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이 아니라 정보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이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 역시 "8차례에 걸친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청을 묵살한 서상기 정보위원장 때문에 국회 정보위가 석 달 가까이 문 닫혀 있다"면서 "이 정도면 간첩 증거 조작의 국정원장과 재판부 기만의 검찰을 지키는 '충직한 마당쇠'라고 해도 틀린 말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출마기자회견에서 "정보위 소집은 정치 공세를 위한 멍석을 야당에 깔아주는 것"이라며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수사나 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사안에 여론몰이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보위가 제대로 돌아가야 나라 정체성이 바로 선다'는 소신으로 정보위원장직을 수행한 것에 자부하는 만큼, 야당의 요구에 동조해줄 이유는 없으며 국가 정체성을 위한 나의 판단과 소신을 대구시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이 정보위 소집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힌데다 대구시장 선거전에 뛰어들어, 국회 정보위는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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