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압박이 심상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후 여성·아동·청소년 분야의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 시간에 "(현 정부 들어)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은 개혁은 거의 마감 단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는데 정부 바깥에서는 언론 한 군데가 남아 있고, 정부 안에서는 아직 검찰이 조금 더 스스로를 절제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밖에는 언론, 정부 안에선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민정비서관 잘못 건드린 검사들 줄초상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의 복심인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먼저 JU수사 도중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겨냥한 무리한 조사가 벌어진 사실을 지적하며 "검찰 내에선 청와대를 조지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다더라"며 직설적 어조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을 압박했고 김 장관은 대꾸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이) 정권과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은 다 좋지만 (수사를 하려면) 합법적으로 하라"며 쐐기를 박았다.
이밖에도 노 대통령은 검찰의 반대로 무산된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를 아쉬워했고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제도를 확대해 사실상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낮추는 사법개혁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한편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섣불리 건드린 JU 수사팀 검사들은 '줄초상'이 났다. 선우영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의 사표는 이미 지난 1일 수리됐고 이 조사를 실제로 지휘했던 이춘성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 발령났다.
거짓진술을 강요한 부분이 되려 피의자에게 녹취된 백용하 검사는 검찰 자체 감찰에서 '불법 행위는 아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춘천지검, 창원지검을 떠돌고 있고 곧 면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혐의'로 명예회복을 한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은 친정인 검찰에 복직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근은 썼고 채찍만 남았다"
사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상명 검찰총장,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 등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들이 검찰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긴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청와대 내부에서는 '우리가 자기들을 놓아줬는데, 뭘 잘 봐주진 않더라도 부당하게 조지진 말아야 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지 오래다. 행담도 게이트, 바다이야기 파문, JU 사건 등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검찰에 뻔질나게 불려 다녔는데 전부 무혐의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 해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언론, 재벌과 함께 검찰을 적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라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법원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의 초점은 검찰의 힘을 좀 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슨 일에서든 채찍과 당근을 사용하는데 검사장도 8자리나 늘어나지 않았냐"고 덧붙였다.
'부당한 개입'도 하지 않고 차관급 고위직인 검사장도 대폭 늘려준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채찍'뿐이라는 것.
하지만 정권 말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총장 말도 일선에 안 먹힌다'는 검찰에 사용할 수 있는 채찍은 썩 마땅치 않아 보인다.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당장 사용가능한 카드로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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