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부터 3월 13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가 열렸는데, 최고의 화제는 ‘스모그’였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스모그 제거를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내놓았다.
환경보호부(环境保护部)는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중국 전체 국토면적의 약 8%에 불과한 징진지(京津冀, 京:베이징, 津:톈진, 冀:허베이), 창장(长江)삼각주, 주장(珠江)삼각주의 석탄 총 소비량이 43%나 차지함을 지적하며 이 3대 경제권의 석탄배출량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또한 12.5규획 기간(2011~2015년)동안 매년 2천억 위안(元)씩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계획이 유지된다면 약 5조 위안이 환경보호에 투자될 것이라고 하였다.
자동차 매연이 스모그의 주된 원인인 베이징은 자동차의 연 증가량을 24만 대에서 15만 대로 축소하고, 202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기오염 해결에 약 76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허베이(河北)는 연말 전까지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IC 카드를 이용해 감독·관리를 강화하기로 하였고, 랴오닝(辽宁)은 소형 보일러를 폐기하고 랴오닝 전 지역에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밖에 공기 오염세(空气污染税) 도입, 사물 인터넷을 이용한 스모그 예방, 폐 보호 산업(护肺产业) 육성,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중국의 산업구조조정과 에너지 소비구조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폐 보호 산업에 따른 공기정화기 사업 주시
중국 내에서 스모그로 인한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사람들로 인해 스모그 관련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요즘 중국 증시에서는 공기정화기, 마스크, 전기차, 오염측정기, 탈황설비 등 스모그와 관련된 테마주들이 인기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宝)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스모그가 가장 심각했던 2월 20~26일, 타오바오와 톈마오(天猫: 알비바바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몰)에서 21만 7000여 명이 마스크를 구매하여 판매량이 134.7%가 증가하였고, 동 기간 공기정화기 구매자 수는 79.6%가 증가하여 타오바오를 통해 4만6000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중국 전자정보산업발전 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중국 내 공기정화기 총 판매량은 약 240만 대로 동기 대비 90.5%가 증가하였고, 판매 총액은 56억 위안으로 동기대비 105.9%가 증가하면서 가전제품 중 판매율이 가장 높은 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가정의 공기정화기 보급률은 1%가 채 안 되는 낮은 수준으로 미국의 27%, 한국과 일본의 17%와 비교해 보면 중국 공기정화기 시장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공기정화기는 2011년부터 중국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건강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공기정화기 사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도표1은 중국 네트워크소비연구조사중심(互联网消费调研中心)이 2011~2013년 매년 공기정화기의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을 조사하여 발표한 것으로, 이를 보면 초반에는 국내 브랜드인 야두(亚都)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으나 차츰 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필립스, 파나소닉, 샤프의 총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공기정화기 산업이 늦게 시작된 만큼 현재 외국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avc(奥维咨询)컨설팅사(社)가 향후 3년간 중국의 공기정화기 판매량이 30~35%의 고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공기정화기 시장은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중국 굴지의 국내 가전기업인 거리(格力), 하이얼(海尔) 등이 풍부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지고 공기정화기 산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다.
전동차, 광활한 중국 시장을 잡아라
공기정화기가 이미 발생한 스모그에 대비한 제품이라면 전기차는 스모그 예방을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으로 작년 판매량이 약 2200만 대로 그 중 전기차는 2만 대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세운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 500만대 달성” 계획에 비추어 본다면 향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나라의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전기차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6~2020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생산할 계획이고, 자회사인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혼다는 중국의 동펑(东风), 광치(广汽)와 합작하여 2016년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국 전기차 테슬라(Tesla)는 이미 작년 말에 베이징 직영점을 설립하여 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중국에 10여 개가 넘는 점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행 정책에 비추어 보면 외국계 전기차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지방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산업으로 지방정부 보호의 장벽이 비교적 크게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BYD(比亚迪)가 출시한 전기차 ‘친(秦)’을 선전(深圳)에서 구입할 경우 지방정부가 7만 위안을 보조해 주고, 베이징에서는 국가가 3만 5천 위안을 보조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 정부의 유연한 정책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기회는 위기를 타고 한국으로
중국의 위기를 한국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9월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大气污染防治行动计划)’을 발표하면서 대기오염 해결에 총 1조 75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하였고, 이를 통해 GDP 2조3900억 위안을 견인하고 대기오염 해결과 관련된 환경보호산업에서 약 1조 위안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환경보호산업이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임을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오염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의식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마스크와 공기정화기는 물론 산소제조기, 공기정화형 에어컨, 청정지역 관광, 폐 보고 의약품, 청정 지역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이 산업을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구나 최근 한국 역시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인한 공포가 커지고 있으므로 중국의 스모그 문제는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을 우리의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하기보다는 스모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협력대상으로 봐야 한다. 중국의 위기를 한국의 기회로 삼고, 한국의 기회가 중국의 위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역동반국으로서의 자세를 취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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