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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파괴적인 FTA와 TPP, 속도전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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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파괴적인 FTA와 TPP, 속도전을 멈춰라"

[신빈곤 시대, 한미FTA 3년 차를 평가한다·③] 지금은 면밀한 평가가 필요

자유무역협정(FTA)이 쏟아진다. 맹렬한 기세이다. 한미 FTA 발효 2년의 평가도 제대로 못 한 지금 호주와의 FTA와 캐나다와의 FTA가 타결되었다. 또 한중 FTA는 어떤 상태인가? 정부는 한중 FTA가 농업과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조차 따르지 않은 채 속도전이다.

불법적인 TPP 절차

여기에 ‘TPP’라고 부르는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이 몰아치고 있다. 그 시작마저 불법적이다. 통상절차법은 통상협상 개시 이전에 통상조약 체결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9조 제1항)

그렇다면 지금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 TPP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끝났는가?

다음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보낸 문서(‘자유무역협정협상총괄과-95’)의 내용이다.

“TPP의 국내 산업별/분야별 심층영향분석(농업, 제조업, 수산업 등)에 관한 연구가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진행 중(‘13.10월~’14.3월 예정)인 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의거, 비공개 결정.”

이처럼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 TPP에 대한 사전 검토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TPP 협상을 ‘예비 협의’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TPP ‘예비 협의’라는 것에서 무엇을 의논했는지 공개를 요구하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일 이렇게 답변했다.

“미국을 포함한 TPP 참여국들과의 예비 양자협의는 현재 진행 중인 단계로 그 세부내용 공개 시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고,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비공개 결정”(문서 번호 자유무역협정협상총괄과-80)

그래서 나는 '불법적인 TPP 절차'라고 부른다.

한미 FTA의 결과가 말하는 것
TPP‧FTA 속도전의 끝은 어디일까? 질주하는 FTA들의 종착역에 이르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국민은 행복할까? 나는 그 실마리를 한미 FTA 이행 3년 차의 교훈에서 찾고 싶다.

아래 표는 한미 FTA 발효 전후의 몇 상품의 미국 수출 증가율이다. (자료 출처: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한미 FTA 2년 상품제조업 분야 성과 분석, <한미 FTA 발효 2년, 평가 및 대응> p. 9에서 재가공) 자동차는 FTA로 관세가 달라지지 않아 평가와는 직접 관계가 없으나 정부가 FTA 효과의 대표적 제품으로 주장하므로 같이 평가하였다.

▲ 미 FTA 발효 전후의 몇 상품의 미국 수출 증가율이다. (자료 출처: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한미 FTA 2년 상품제조업 분야 성과 분석, <한미 FTA 발효 2년, 평가 및 대응> p. 9에서 재가공)

물론 위 제품들이 전부는 아니다. 스마트폰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무관세이므로 FTA 효과와 관계가 없다. 백일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정부가 한미 FTA의 효과로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불황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주된 요인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한미 FTA, 한호주 FTA, 한캐나다 FTA에 TPP를 더하면?

지금이 과연 FTA 속도전을 해야 할 때인가? 한미 FTA가 한국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평가하고 한국의 사회 통합과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교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이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필요 없다는 듯이 TPP‧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FTA로 인해 우리 농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더니 농림부 장관은 지난달 4일 이렇게 답변했다.

“각 FTA 농업 대책에 대한 평가보고서 자료는 없으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연구용역을 추진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한호주 FTA를 하면 우리 농업이 어떻게 되는지를 농림부 장관에 공식적으로 질의했더니 농림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이렇게 회신했다.

“동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정보 공개에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금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한 농업분야 영향 분석을 현재 진행 중에 있어 동 결과는 추후에 알려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496)

무슨 말인가? 호주와 FTA를 이미 타결했지만 이 결과가 우리 농업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는 말이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한호주 FTA가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를 하지 못한 채 타결했다.

정부는 이달 20일까지 한호주 FTA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아직 연구를 마치지 못했는데, 국민이 무엇을 알아 의견을 내겠는가?
▲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공청회 모습. ⓒ연합뉴스
자기 파괴적인 TPP‧FTA 추진 중단해야

이번에 FTA를 타결한 호주와 캐나다는 모두 TPP 참여국이다. 그래서 이들과 FTA를 하면 한국이 TPP 협상 참여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TPP는 자기 파괴적이다. 정부는 한미, 한호주, 한캐나다와 FTA를 하면 한국의 자동차가 일본산 자동차는 누리지 못한 관세 특혜를 받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TPP에 일본이 참여하고 있다. TPP를 하면 일본차도 미국, 호주, 캐나다로부터 관세 특헤를 받는다. 한국 자동차만의 특혜는 없어지고 한국차나 일본차나 같은 처지가 된다.

그러므로 한국이 TPP 참여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와 FTA를 추진해서 이들로부터 TPP 협상 참여를 승인받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다.

물론 정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비록 일본차와는 같은 처지가 되지만 중국산 자동차라면 받지 못하는 관세 특혜를 받게 된다고. 그러나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는 한, TPP는 중국을 차별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것은 일본과 같은 나라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 중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TPP‧FTA 속도전을 낼 때가 아니다. 한미 FTA가 한국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대한 평가하고 그 안에서 한국 사회를 위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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