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소방 등 시설 관리 인력 14명을 감축한 이후로, 어린이 암 병동 환경미화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술실에 화재 사고까지 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풍기를 관리하는 시설 인력 4명이 감축되면서, 면역력이 약한 이식 환자와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시설 인력 14명이 해고된 이후로 병원에는 수술실 화재, 산부인과 수도관 파열로 인한 역류, 어린이 암 병동 환경미화 차질 등의 문제가 빚어졌다.
특히 환기구 관리를 담당하던 시설 인력 4명이 해고된 이후로 2주일에 한 번(일주일에 병동 절반)씩 하던 어린이 암 병동 환기구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암 병동에 근무하는 한 청소 노동자는 "원래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병동 절반에 있는 환자를 밖에 나가도록 한 후 환기구를 청소하고 먼지가 떨어진 바닥과 침대를 청소해야 하는데, 2월 22일 이후 3주일 동안 환기구 청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35년간 '성원개발'이라는 업체에 소방·전기 등 시설 관리 업무를 위탁했지만, 지난 2월 1일부터 새로운 용역업체 '현대C&R'과 계약하면서 전체 인력 128명 중에 1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자 가운데는 환기구 청소를 담당하는 '클린팀' 4명도 포함돼 있다. 환기구 담당 인력 전원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 관련 기사 : 서울대병원 하청 노동자, 설 연휴 집단 문자 해고)
이향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장은 "어린이 암 병동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식 환자와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며 "이식 환자는 작은 먼지에도 민감하기에 청소 주기를 늘리면 건강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병원 외래 진료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이충훈 서울지역지부 민들레(청소)분회 부분회장은 "원래 시설 관리 담당 클린팀이 천장에 환풍기를 뜯어내고 전문 기계로 청소해야 하지만, 미봉책으로 청소 노동자에게 환풍기를 먼지털이로 털고 걸레로 닦으라고 시키고 있다"며 "기존 인력이 공백 업무를 때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월 8일 토요일에는 수술실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력 감축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이향춘 지부장은 "수술장 콘센트에서 불이 붙어서 수술실에 쌓여있던 물품 박스를 태웠다"며 "다행히 당일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가 연기 나는 것을 발견하고 소화기로 불을 껐지만, 지금도 소방·전기 업무 담당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월 20일에는 1층 산부인과 수도관이 파열돼 지하 A강당으로 물이 역류했다. 이연순 민들레분회장은 "20일 지하 A강당이 물바다가 됐는데, 청소 노동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투입돼 해결했다"며 "수도관을 관리할 시설 인력이 부족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분회가 이날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저질 의료재료 논란도 모자라, 환자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 감축까지 한다"며 "병원이 수술장에서 의사와 같이 수술하는 간호사마저 3개월, 6개월로 갈아치워 일회용품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관련 기사 : 임신 3개월 해고 '날벼락'…"국립대병원마저 법 악용")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인력 감축과 사고는 전혀 무관하다"며 "(기존에 하던 업무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뿐이지, 병원에서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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