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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은지 부대표…<조선>, 어뷰징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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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은지 부대표…<조선>, 어뷰징 장사

[오늘의 조중동] 조중동 "닷컴에서 하는 일, 나 몰라라?"

고(故)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이후 노동당 당사에서 노제를 지낸 뒤, 하관식은 오후 2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박 부대표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모습을 가족이 발견해 오전 4시 24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자살로 결론 내렸다.

박 부대표는 서울 국사봉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서울지역 사범대학학생협의회(서사협) 의장과 전국학생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정계에 입문해 노동당 전신인 진보신당 서울 동작구당원협의회 부위원장, 언론국장, 부대변인, 대변인을 지냈다. 이후 지난해 2월 노동당 부대표로 선출됐다.

ⓒ <조선일보> 홈페이지

이상이 '사실'에 근거한 부고 기사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정도를 벗어났다.

<조선일보>의 경우, 인터넷 지면 '조선닷컴'에 8일 오전 11시께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사망, 당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라는 제목으로 박 부대표의 사망소식을 첫 보도한 이후 당일에만 15차례 이상 게시했다. 정식 보도라고 할 수 있는 종이 지면 보도는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自殺'라는 제목으로 10일 자 사회면 기사로 발행됐다.

고인이 사망한 당일 <조선>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한 시간 단위로 보도했다. 일명 '어뷰징(Abusing·남용)'으로, 페이지뷰를 올릴 목적에 자극적인 제목의 낚시질 또한 서슴지 않았다.

8일 오후 1시께 :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목매 자살, 우울증 추정..."9살 아들은 어쩌라고..."

8일 오후 2시께 : '자살 비판하던 박은지 부대표 '자살'로 생애 마감... "원인은?"

8일 오후 3시께 :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자살, 우울증 얼마나 심했기에… 9살 아들이 발견 "충격"

8일 오후 4시께 :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 9세 아들 두고 자살…“정치하는 ‘싱글맘’ 힘들어?”

<조선>뿐만이 아니다. <매일경제>는 당일 하루에만 30여 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고인의 사망 다음날인 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는 관련보도만 300여 건 이상이 게시됐다.

지난해 4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한 민주당 현직 국회의원 아들 사건 역시 언론은 해당 의원의 이름과 지역구를 밝히며 '황색 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였다. 당시 <조선>의 기사 제목은 '현직 국회의원 15세 아들, 아파트 옥상서 투신자살'이었다. 보도 초점이 '현직 국회의원 아들'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박 부대표의 사망 소식과 같은 '어뷰징' 행태는 최근 SBS <짝> 출연자의 사망 소식에서도 문제가 됐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5일 이후 하루 만에 네이버에만 1600여 건이 넘는 기사가 게시됐으며, <조선> 역시 관련 소식을 120여 차례 이상 보도했다. 기사 제목 역시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수준이었다.

'짝, 여성 출연자 죽음에 시청자 게시판에 "민폐 쩐다, 집에 가서 죽던가"' '짝, 애정촌에서 여자 출연자 목 매 사망…시청자 "민폐 쩐다"' 등 경찰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채 알려지기 전 자극적인 제목으로 짧게는 10분 단위로 '자기 복제'의 양상을 보였다.

경찰은 10일 사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경찰은 외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사건 초기부터 자살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조사했다. 경찰은 제작진에게 사건 전후 촬영된 녹화 테이프 전량을 요청한 상태이며, 방송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5일 편집위원회 명의의 ''어뷰징'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뷰징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공멸 행위"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어뷰징과 같은 비윤리적 '기사 장사'가 최근에는 인터넷과 종이 지면을 별도로 운영하는 대형 언론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닷컴에서 하는 일인데"라며 남의 일 보듯 발을 빼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의 지적대로 어뷰징 기사가 계속되는 한,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말은 '기자'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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