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3월 5일 국제축구연맹의 'A매치 데이'를 맞이하여 한국(FIFA 61위)과 함께 2014월드컵 H조에 속한 벨기에(11위)·러시아(22위)·알제리(26위)도 모두 평가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3국 모두 홈 평가전이었고 2득점을 했다는 것이 같다.
벨기에는 2골 차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코트디부아르(23위)에 동점을 허용했고, 러시아와 알제리는 각각 아르메니아(30위)와 슬로베니아(27위)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코트디부아르는 월드컵 본선 진출팀이고 아르메니아와 슬로베니아는 예선 탈락팀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3팀 모두 세계 20~30위권이고 유럽 2팀은 이미 조 편성이 나온 2016년 유럽선수권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이기에 난이도의 큰 차이는 없다.
이번 'A매치 데이'에서 H조 3국 중 가장 인상적인 팀은 알제리를 꼽을 수 있다.
무스타파 트샤케르 경기장(관중 26,000명)에서 승리를 거둔 슬로베니아전 선발명단을 보면 월드컵 예선 2경기 이하 출전자가 5명이나 된다.
프랑스 이중국적자로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아이사 만디(23·스타드 랭스)와 나빌 벤탈렙(20·토트넘 홋스퍼)은 각각 오른쪽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역시 월드컵 예선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한 리아신 카다무로(26·RCD 마요르카)는 중앙 수비수로, 예선에서 각각 1경기와 2경기에 나온 모하메드 젬마무체(29·USM 알제르)와 오른쪽 날개 압델무멘 자부(27·클럽 아프리캥)도 각각 골키퍼와 오른쪽 날개로 기용됐다.
최근 12개월 동안 알제리대표로 이름을 올린 골키퍼는 A매치 미경험자를 포함, 6명인데 이 중에서 유일한 유럽파이자 월드컵 예선과 2013년 아프리카선수권에서 골문을 지킨 라이스 므볼히(28·CSKA 소피아)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서열 2위라고는 하나 A매치 출전 횟수가 10회 미만인 젬마무체가 슬로베니아전을 풀타임으로 뛰며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본선까지 방심할 수 없는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카다무로도 알제리대표팀 주장인 마지드 부게라(32·레흐위야 SC)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부게라가 후반 5분, 라피크 할리체(28·아카메디카 코임브라)와 교체되는 와중에도 끝까지 남아 무실점을 견인한 것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아프리카선수권에는 아예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자부는 후반 11분, 사피르 타이데르(22·인터 밀란)의 추가 골을 도우면서 자신을 선발로 기용한 바히드 할리호지치(62·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A매치 경험도 슬로베니아전까지 6경기(1골 1도움)밖에 안 되고 유럽파도 아닐뿐더러, 아프리카클럽대항전도 8경기 699분(경기당 87.4분)을 뛰었으나 아직 공격포인트가 없는 것이 자부의 현실이다.
이런 자부가 슬로베니아전에서 중용되고 도움까지 기록한 것은 골키퍼 젬마무체의 사례와 함께 알제리 전력 평가를 함에 있어 유럽파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도 잘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과 차출 경쟁 끝에 소집에 성공한 벤탈렙, 프랑스 1부리그에서 이번 시즌 주전 오른쪽 수비수이자 왼쪽으로도 5경기 연속 선발로 기용됐던 만디도 특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풀타임을 뛰며 A매치 데뷔전을 탈 없이 마쳤다.
월드컵 예선 6경기 444분(경기당 74분) 2골 2도움을 기록한 알제리의 현재이자 벤탈렙과 함께 알제리 중원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 꼽히는 타이데르는 홈 관중 앞에서 1골 1도움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앞서 언급한 자신의 추가 골 외에도 전반 추가 시간 2분에는 프리킥으로 엘 아르비 힐렐 수다니(27·디나모 자그레브)의 헤딩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도왔다.
20대 초반의 나이와 A매치 10경기도 뛰지 못했다고 방심하기에는 인터 밀란이라는 소속팀의 무게감, 그리고 A매치 9경기 3골 3도움의 호조가 두드러진다.
결승골의 주인공 수다니도 비록 유럽 5대 리그(스페인·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프랑스)는 아니지만, 리그 최다우승(15회)을 자랑하는 크로아티아 최고 명문에 속해있으며 A매치 20경기에서 나와 10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예선에서도 왼쪽 날개로 주로 뛰면서 처진 공격수와 오른쪽 날개도 소화하며 3골 1도움을 했기에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공격에 허를 찔려선 안 될 것이다.
수다니 결승골의 가치는 대표팀 신출내기 2명(만디·벤탈렙)을 포함, 국가대항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쳤을 경우 예상됐던 심리적 초조함을 예방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다.
국제무대에서 잔뼈가 굵지 않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한 구성으로 슬로베니아를 완파했다는 것은 알제리의 전력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 중에서 유럽 5대 리그에 속한 만디·벤탈렙·카다무로·타이데르의 개인 능력도 이를 가능하게 한 부분이지만, 개인 능력을 팀 전력으로 녹여낸 할리호지치 감독의 역량도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알제리축구연맹의 초청으로 방문하여 슬로베니아전 시축을 한 후 경기장에서 관람한 '축구황제' 펠레(74·브라질)도 호평한 알제리의 전력은 한국을 포함한 H조 다른 국가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슬로베니아전 선발의 상당수가 개인기량이나 대표팀 역할의 노출이 적은 터라 전력 분석의 어려움도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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