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 모 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는 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호텔 5층 방에서 흉기로 목을 그어 자해했고, 객실 벽면에는 피로 '국정원, 국조원'이라는 글씨를 써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전날 새벽, 3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수사 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다시 못볼 것 같아 메시지 보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였다.
검찰이 김 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모텔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현장에 유서를 남기고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유서에 국정원 측의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 담겨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그런 취지가 포함된 것은 없었다. 그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자살 시도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원이 지시해놓고 책임을 떠넘겨 불만을 품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정확한 자살 시도의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김 씨의 자살 시도 현장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현장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경찰이 증거 수집과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하는 출입금지 띠 표지도 없었다.
경찰 등 수사 기관이 벽에 적혀 있는 '혈서'를 발견했는데, 그것마저 사라졌다. 누가 왜 이 글씨를 지웠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장 보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누군가 고의로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씨가 수사 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보통 검사들은 피의자가 될 지도 모르는 참고인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조력자 자살 기도, 열쇠는 국정원에…강제 수사 돌입할까?
김 씨가 위조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문서는 '위조 문서' 세 건 중 하나인 싼허(삼합)변방검사참의 '정황 설명서' 문건이다. 이 문건은 2006년 5월 27일 중국으로 두 번 입경(入-入)한 것으로 돼 있는 출입경 기록이 맞는지 여부를 물어 회신을 받은 것이다.
변호인 측은 "'入-入'으로 돼 있는 것은 전산상 오류로 실제 입국 기록이 없다"는 회신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 측의 회신 문건을 다시 문의했다.
그 결과 "(변호인 측의) 정황설명서는 합법적으로 발급된 것이 아니고 '入-入'은 '入-出'의 오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정황 설명서를 받는다.
검찰의 문서가 진짜라면 유 씨는 중국에 들어왔다(入)가 다시 북한으로 나간 게(出) 된다. 검찰은 북한에 나갔을 때 간첩이 됐다(인입)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측의 문서는 위조로 판명났다. 재판부가 두 문서에 대한 감정을 중국 정부에 요청하자 중국 정부는 "변호인 측의 문서는 합법적인 것이고 검찰 제출 증거는 위조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검은 지난 28일 정밀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변호인 측 문서와 검찰 측 문서의 관인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검찰이 국정원을 통해 받았다고 밝힌 문서의 관인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컸다. 앞서 국정원은 검찰에 보낸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이 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조선족 김 모 씨를 언급했다. 이에 검찰은 김 씨를 소환 조사한 것이다.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임의로 문서를 만들어 관인을 찍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국정원의 '위조'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 씨가 자살 기도를 하며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는 글씨를 쓴 게 맞다면,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씨 자살 시도를 계기로 국정원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거 문서 위조한 사람, 더 있다?
김 씨 자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문건은 총 3건의 위조 문서 중 한 건일 뿐이다.
다른 문건은 어떨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출입경 기록 문건 역시 누군가에 의해 관인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출입경 기록 문건은 하나이지만, 검찰은 현재 2건을 보유하고 있다. 내용은 같지만 한 건은 공증을 받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한 건은 공증을 받은 것이다. 검찰은 당초 공증이 없는 문건을 입수했었다. 이후 검찰은 국정원에서 파견된 이인철 영사에게 공증을 받았고, 공증 받은 문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두 건 모두 '入-入'이 아니라 '入-出'으로 기록된 문건이다. 그런데 같은 기관에서 발급한 두 문건의 관인이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민변은 관인을 비교한 결과 이같은 잠정 결론을 내리고 출입경 기록 관인 역시 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위조'에 가담한 인사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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