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제3지대 신당' 창당 합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 특히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의장단 등 주요 인사와 사전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만큼 안 의원의 '비선 라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몇몇 언론은 '청춘콘서트'로 일명 '안철수 현상'을 일으킨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에 주목했다. 지난 대선부터 최근 신당 창당 합의까지 주요 고비마다 박 원장이 안 의원의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그러나 박 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안철수 식 '새정치'가 정치권 인사를 배제한 아마추어리즘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는 이날 "안 의원이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오랜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상의한 뒤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며 안 의원이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할 때도 박선숙·김성식·송호창 선대본부장 대신 박 원장을 찾았다는 말을 전했다.
<서울신문> 역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안 의원이 대선에 출마한 후 사퇴하기까지 서울 서초동 부근에서 안 의원과 박 원장이 거의 매일 만났다"며 박 원장의 그림자 정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안 의원의 발목을 잡았던 제안인 '의원 정수 축소'도 박 원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도 대선 당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의원 정수 축소' 제안이 박 원장의 생각이었다며, "다음해 4.24재보궐 선거 출마를 위해 귀국하는 데에도 박 원장의 조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변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또 "지역 조직책인 부산 쪽 사공정규 동국대 교수와 광주 쪽 서정성 광주시의원도 박 원장의 추천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의사 출신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5일 자 '여야 번갈아 쓰다 '최측근 정치' 회귀… 安용병술 통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들을 번갈아 기용해온 안 의원이 새 정치를 강조하려 비정치권 인사를 전방에 배치했다"며 "'최측근 용병술'이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통할지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안 의원은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서 박 원장과 변호사 그룹(강인철·금태섭·조광희), 송호창 무소속 의원, 법륜스님 등을 측근에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는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과 장하성 교려대 교수와 함께했으며, 4.24 재보궐 선거에서는 금태섭 변호사 및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곁에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에 따르면, 윤여준·김성식 등이 '3월 조기 창당'을 주도하며 선거연대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발언을 하면서 "안 의원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문은 안 의원이 "통합 논의에서 정치권 인사를 배제하고 초창기 멤버들을 다시 등장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정치권 인사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만날 때 같이 배석한 곽수종 새정치연합 총무팀장(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곽 팀장을 "새로운 가신(家臣, 측근)"이라고 이름 붙였다. 곽 팀장은 안 의원이 정치권에 나서기 전부터 '고인 물 모임'에 참여했으며 박 원장도 이 모임 멤버이다.
<조선>은 새정치연합 관계자의 말이라며, 곽 팀장이 "대선 때부터 일종의 '비선 라인'으로 안 의원을 도왔는데, 희한하게도 '곽수종'이라는 이름 자체가 보안사항"이라고 전했다. 곽 팀장은 "새정치연합의 자금과 인사를 쥐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핵심 인사"라는 말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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