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7일 동해에 미사일 4기를 발사한 것을 두고 국방부는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도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국제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군사 훈련을 했을 뿐이라는 평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고 키리졸브 연습을 하고 있는 시점에 발사한 것은 매우 의도된 발사라고 생각하고, 일종의 도발로 보고 있다”면서 “이틀 전 북한이 NLL을 침범했던 사건과 연결해 봤을 때 계획된 도발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스커드 미사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인데, 사거리가 300~800킬로미터까지 간다. 한반도 전역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는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앞에서는 대화와 협력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군사적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양면적인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올해 초 북한이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북한이 현재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봐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이와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27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 스티븐 워렌 대변인은 “이번 발사는 예고되지 않은 무기 실험”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주권 국가로서 할 수 있는 군사 훈련을 했다는 판단이다.
북한은 지난 27일 미사일 4기를 강원도 깃대령에서 원산과 통천 방향인 북동쪽으로 발사했는데, 이는 북한의 해역에 떨어지는 미사일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해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 내부 해역에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반발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 자체 군사훈련 '도발'이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한편으로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 무기를 자신들의 해역에서 실험한 것을 두고 남한에 대한 도발이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문제를 삼는다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꼬투리를 잡는 북한의 주장을 ‘억지’라고 규정할 명분 역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했던 ‘북한 1~3월 도발설’에 군불을 지피기 위한 국방부의 의도적인 ‘흘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해 12월 17일 예정에 없던 전군 주요 지휘관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김 장관의 예측과는 다소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 남북은 신년 초부터 관계 개선의 흐름을 타 2월에는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합의했으며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도 성사시켰다. 이산가족 상봉에 나온 북측 관계자들도 수 차례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남한 역시 북한의 이런 태도에 호응이라도 하듯 ‘조용한 키리졸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와는 별개로 현재의 흐름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향후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 미칠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적십자 실무접촉은 지난번 접촉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며 “미사일 발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남북관계에 영향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미사일 발사와는 별개로 향후 남북 간 대화를 이어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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