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 북한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억류 사실을 밝히며 한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에이피>통신은 27일 김 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개신교(침례교)선교사이며 반국가 범죄 행위로 북한에 억류됐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씨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으며 성경과 교리 교육용 영상 등 종교와 관련한 자료를 가지고 평양으로 향하던 중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북한 당국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 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체포 시기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7일 한국의 정보원 첩자를 붙잡아 두고 있다고 발표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시 밝힌 첩자가 김 씨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정욱 씨를) 조속히 석방해 우리 측으로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정부가 여러 차례 걸쳐 신원확인 및 석방과 송환을 요구했음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다가 오늘에서야 신원을 공개한 것은 인도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북한의 조사 내용은 향후 김정욱 씨가 송환된 후에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이라며 김 씨의 가족과 변호인이 김 씨를 접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북한이 4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김 씨의 기자회견을 추진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와 남북 고위급 회담,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는 남북 해빙 모드에서 남한의 국민을 억류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자칫 남북 간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김 씨의 기자회견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고위급 회담이나 당국 회담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김 씨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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