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월드컵에서 한국(세계 61위)은 벨기에(11위)·알제리(26위)·러시아(22위)와 함께 H조에 속해 있다.
유명한 클럽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벨기에, 명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파비오 카펠로(67·이탈리아)가 버티는 러시아가 부담스러운지 알제리를 'H조 최약체'이자 '1승 제물'로 거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25일 공개된 알제리대표팀의 슬로베니아전(3월 5일) 대비 28인 예비명단을 보면, 과연 우리가 알제리를 최약체이자 제물로 부를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우선 현재 유럽 5대 리그(스페인·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 뛰는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프랑스 19세 이하 대표 출신인 나빌 벤탈레브(19·토트넘)는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과 힘겨루기 끝에 소집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 1군으로 승격하자마자 12경기 906분(경기당 75.5분) 2도움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역시 프랑스와 이중국적자인 아이사 만디(22·랭스)도 이번 명단 포함으로 알제리를 택했다. 이번 시즌 프랑스 1부리그에서 22경기 1929분(경기당 87.7분)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오른쪽 수비가 주 위치이나 왼쪽 수비수로도 리그 2~6라운드까지 5경기 연속 선발출전하기도 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6경기 444분(경기당 74분) 2골 2도움으로 활약한 사피르 타이데르(21·인터 밀란)는 이탈리아의 명문인 현 소속팀에서도 이번 시즌 22경기 1017분(경기당 46.2분) 2골 1도움으로 20대 초반의 입단 첫해 성적으로는 상당하다.
13일, 알제리의 아랍어 종합일간지 <엘빌라드>가 "타이데르와 벤탈레브의 중원 조합은 다음 월드컵을 위해 필수"라고 주장할 정도로 둘은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자타공인의 알제리 에이스 소피안 페굴리(24·발렌시아)는 2월의 5경기(리그4·유로파리그1)에서 384분(경기당 76.8분) 2골 3도움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소속팀에서는 오른쪽 날개로 주로 뛰지만, 2013년 아프리카선수권에서처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기에 한국은 페굴리가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전천후 공격을 구사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월드컵 예선과 아프리카선수권에서 알제리 왼쪽 수비를 책임진 자멜 메스바흐(29·리보르노)는 원소속팀 파르마 FC에서 출전기회를 잃자 같은 이탈리아 세리에 A 안에서의 임대를 택하여 3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활로를 찾았다.
메스바흐가 이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대표팀 경쟁자 파우지 굴람(23·나폴리)의 기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월드컵 예선에서 3경기(왼쪽 날개 1경기 포함)에 나왔지만, 아프리카선수권에는 벤치를 지켰던 굴람은 이번 시즌 프랑스 1부리그의 AS 생테티엔에서 리그 17경기 1468분(경기당 86.4분) 1골 4도움으로 맹활약한 후 1월 31일, 이적료 500만 유로(73억5825만 원)에 세리에 A의 명문 나폴리로 이적했다.
나폴리에서도 6경기 442분(경기당 73.7분)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어 메스바흐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물론 2013년 6월 9일 베냉과의 월드컵 예선 원정(3-1 승)처럼 메스바흐가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하고 굴람이 왼쪽 날개로 교체 투입되어 측면 수비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정도 대우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에서 주전 경쟁에 밀리자 상위리그인 프랑스 1부리그의 강등권 팀으로 임대를 택하여 7경기 연속 선발로 나온 카를 메자니(28·발랑시엔)는 프로축구에서의 기량뿐 아니라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일, 알제리 축구일간지 <르뷔테르>는 메자니가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다면 그에 합당한 질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 월드컵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모나코에 남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메자니는 2012/13시즌 프랑스 2부리그에서 후반기 리그 15경기 연속 선발로 AS 모나코의 1부리그 승격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이번 시즌 현재까지 1억7770만 유로(2615억1220만5000 원)를 선수 영입에 투자할 정도로 막강한 재정을 자랑하는 모나코에는 더는 설 자리가 없음을 알고 월드컵 본선을 위해 올림피아코스와 발랑시엔 임대를 택했다.
승격의 공을 인정받아 부유한 모나코에서 계약기간인 2016년 6월 30일까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출전기회를 찾아 도전에 나선 것이다.
클럽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 위치지만,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수비수로 중용되는 메흐디 모스테파(30·AC 아작시오)는 일단 이번 명단에는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예선에는 6경기 508분(경기당 84.7분)을 뛰면서 오른쪽 수비로 4경기, 수비형 미드필더 2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아프리카선수권에서는 3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오른쪽 수비 2경기, 수비형 미드필더 1경기였다.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도 24경기 2077분(경기당 86.5분)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오른쪽에서는 수비수·미드필더·날개, 중앙 미드필더, 왼쪽 미드필더를 소화하면서 프랑스 1부리그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주로 교체로 나오다가 아프리카선수권에서 3경기 중 2경기에 선발로 나오며 입지가 향상된 푸에드 카디르(30·렌)는 이번 시즌 프랑스 1부리그에서 19경기 1283분(경기당 67.5분) 5골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위치지만, 좌우 날개도 사양하지 않는다. 2012년 6월 2일 르완다와의 홈경기(4-0 승)의 1도움이 월드컵 예선과 아프리카선수권을 치르면서 기록한 유일한 공격포인트라는 것이 흠이다.
월드컵 예선 3경기 207분(경기당 69분)을 뛴 야신 브라히미(24·그라나다)는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4경기 1865분(경기당 77.7분) 1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위치로 좌우 날개도 소화하며 대표팀에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날개로 나왔다.
유럽 5대 리그에서 활약하나 이번 시즌 고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월드컵 예선과 아프리카선수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로 중원에 버텼던 아들렌 게디라(28·크리스털 팰리스)는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늑골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10경기 연속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부상 회복 후 리그 6경기에도 2경기 출전에 그치고 3경기는 명단 제외, 1경기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대표팀에서 게디라와 같이 중원에 배치되는 일이 잦았던 메흐디 라센(29·헤타페)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0경기 518분 출전에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명단제외가 4번, 교체대기가 11번이었다. 최근 리그 2경기 연속 교체 투입된 것이 위안거리다.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 요원으로 월드컵 예선 3경기 180분을 뛴 하산 예브다(29·우디네세)도 이번 시즌 세리에 A에서 10경기 594분 1골로 애를 먹고 있다. 무릎 부상 4경기를 포함, 명단제외가 7번 있었고, 교체 대기가 4번이다.
비록 소속팀의 이름값은 적으나, 주장이자 현역 선수 중 알제리 A매치 최다출전자인 마지드 부게라(31·레흐위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A매치 60경기에 나와 5285분(경기당 88.1분)을 뛴 것이 두드러진다. 선발로 나와 교체된 것이 4경기에 불과하며 4골 4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카타르 1부리그에서 명단제외가 6번(5경기 연속 포함) 있었으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예선 2~3라운드(2월 8, 15일)를 연달아 풀타임으로 뛰고 20일 리그 21라운드 홈경기(1-1 무)에도 교체 없이 끝까지 뛰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소속팀과 리그만 봐도 상당히 화려한 수비와 미드필더와 달리 알제리의 공격진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번 예비명단은 물론이고 최근 12개월 동안 소집됐던 모든 선수를 더해도 A매치 최다득점은 힐랄 수다니(26·디나모 자그레브)와 이슬람 슬리마니(25·스포르팅 리스본)의 9골이다.
중앙 공격수는 아니지만, 크로아티아의 명문에서 이번 시즌 13골을 기록 중인 수다니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른쪽 날개가 주 위치지만, 대표팀에서는 페굴리의 존재 때문에 왼쪽으로 주로 나오며 처진 공격수로 기용된 적도 있다. 월드컵 예선 3골 1도움, 아프리카선수권 1골로 클럽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한방이 있는 선수다.
물론 개인 역량의 합이 팀 전체의 힘과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쉽게 여기면서 치밀한 전력 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1998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최약체'로 여겼던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했던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다.
▷ 알제리 슬로베니아전 대비 예비 28인 명단
* A매치 경험 없음
^ 유럽 5대 리그
△ 골키퍼 : 모하메드 제마무셰 (USM 알제르), 라이스 므볼히 (CSKA 소피아), 아제딘 두하 (USM 엘하라시), 세드리크 시모하메드 (CS 콘스탄티네) - 4명
△ 수비수 : 마지드 부게라 (레흐위야, 주장), 카를 메자니^ (발랑시엔), 에사이드 벨칼렘 (왓퍼드), 라피크 할리셰 (아카데미카 코임브라), 알리 리알* (JS 카빌리에), 리아신 카다무로 (레알 마요르카), 나세레딘 후알레드 (USM 알제르), 아이사 만디*^ (랭스), 자멜 메스바흐^ (리보르노), 파우지 굴람^ (나폴리) - 10명
△ 미드필더 : 메흐디 모스테파^ (AC 아작시오), 사피르 타이데르^ (인터 밀란), 아들렌 게디라^ (크리스털 팰리스), 메흐디 라센^ (헤타페), 하산 예브다^ (우디네세), 소피안 페굴리^ (발렌시아), 압델무멘 자부 (클럽 아프리캥), 푸에드 카디르^ (렌), 야신 브라히미^ (그라나다), 나빌 벤탈레브*^ (토트넘), 지네딘 페르하트* (USM 알제르) - 11명
△ 공격수 : 힐랄 수다니 (디나모 자그레브), 이슬람 슬리마니 (스포르팅 리스본), 라피크 제부르 (노팅엄 포레스트) - 3명
△ A매치 최다출전 : 카를 메자니 60경기
△ A매치 최다득점 : 힐랄 수다니 19경기 9골, 이슬람 슬리마니 17경기 9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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