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통일은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하며, 북미 관계 정상화가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 달성, 나아가 한반도 통일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동아시아 미래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제2차 대토론회 :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미래’에서 기조 강연에 나선 손 상임고문은 “포용정책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며 “독일 통일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접촉을 통한 변화’가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포용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제안했다. 손 상임고문은 “북한은 전후 미국이 국교관계를 가진 일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이는 정상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실제 미국은 1975년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동독과 수교를 맺은 바 있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혹한 시기에 공산주의 국가와도 수교했던 미국이 2014년 현재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손 상임고문은 “아무리 도발적이고 위험한 정권이라도 대화의 채널은 열어두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에 대비한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는 한 6자회담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손 상임고문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면서도 “바로 그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공식적인 채널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양자 간 공식 외교 채널 하나 없는 상황에서 양국의 관계 정상화가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손 상임고문은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북한과 국교정상화에 나설 수 없다. 통미봉남의 자격지심을 버리고 적극 요청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사 파견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손 상임고문은 “지금 곧바로 북미 국교정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중 국교정상화에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는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일, 정치 상품화돼서는 안돼
한편 손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에 대해 “통일이 정치 상품화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앞장 선 통일 대박론은 통일 논의에 대한 금기를 풀고 논의를 활성화시킨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통일 논의가 다분히 북한의 급변사태와 급작스런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손 상임고문은 “급변사태에 대비한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요란을 떨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밝힌 통일준비위원회 구상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비상대비책이 필요하면 통일부와 같이 기왕에 그런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 부처에서 하면 된다”면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나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이야말로 통일부 본연의 업무이고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있는 상황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남북관계와 통일에 있어 실효성 있는 정책적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 상임고문은 “실효성의 증대도 없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염려된다”며 “비상대책은 대통령이 해당 부서에 지시해서 조용히 준비시키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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