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이번 예산안에 반영한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이 주로 '공공기관 인턴제', '국토 대청소 사업' 등 단발성 사업에 집중됨에 따라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신규 취업자를 올해보다 10만 명이 줄어든 4만 명으로 전망하는 등 일자리 문제는 시급한 상황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예산안은 일자리, 서민 예산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전적으로 무시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회담에서 민주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6000억 원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고 한나라당이 목적 예비비로 비정규직 대책 비용을 넣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 서민 복지,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했다고 하는 것은 생떼쓰기적 발상"이라며 "정부안 대비 4조 7000억 원에서 2300억 원이 증액돼 오히려 일자리 창출 예산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변인은 "청년 고용,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 인턴 인원을 1만 명에서 1만3000명으로 늘렸고 중기소기업 청년인턴을 2만 명에서 2만500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 편익 제공 및 단기 일자리 창출,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을 12만 개에서 12만5000개로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청년들의 단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이나 공원 등을 청소하는 국토 대청소 사업으로 신규 2900명을 별도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취약계층 일자리도 원래 15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예산에 반영한 2009년도 일자리 지원 대책은 △글로벌 청소년 리더 육성 △모태펀드 확충 등 창업지원 강화로 일자리 3만 개 창출 △공공기관 인턴 2만3200명 확대 △중소기업 청년인턴 2만5000명 확대 △경력단절여성 고용서비스 지원, 주유·택배원 등 노인 일자리 15만 개 확대 △미취업 청년층 일자리를 위한 '국토 대청소' 및 '국가 통계DB 구축 사업' 추진으로 일자리 5100개 창출 등이다.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당장 내년 상반기에만 일자리 수가 4만 명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도 올해 14만 명보다 10만 명이 줄어든 4만 명 내외로 전망했다. 실업률 역시 올해 3.2%에서 3.4%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한편 윤 대변인은 복지 예산이 줄었다는 비판 대해서도 "서민 복지예산으로 정부가 75조를 책정해 국회에 넘겼지만 1663억 원을 더 늘렸다"며 "지자체결식아동급식 경비 8만8000명 추가, 아기 돌보미 서비스 7000명에서 2만4000명 확대, 보육교사 152억 원 지원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청년 인턴제 등은 실효성에서 이미 문제 드러난 사업"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여당의 2009년도 예산안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쏟아냈다. 특히 일자리 대책에 대해 이들은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글로벌 청소년리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공공기관 청년인턴제사업 등 이미 실효성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업을 재탕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은행이 10년래 최악의 취업난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한 내년도 고용시장을 고려하면 실업급여 확대, 공공근로 사업 확대, 재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의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건설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이들은 "토목ㆍ건설업에서 10억 원 추가 매출 시 늘어나는 일자리는 8.7개에 불과하다"며 "기계 도입이 늘면서 건설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제조업처럼 떨어지고 있다. 설령 늘어나는 일자리도 임시직 등 좋지 않은 일자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복지 예산이 증가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이들은 "내년도 보건·복지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10.3% 증가한 75조원 정도가 책정되었다"며 "이는 예년과 같은 수준의 증가(2008년도 10.2% 증가)로 올해 급격한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면 오히려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종부세의 실질적 폐지로 인해 지자체의 노인, 청소년 등 지역 복지예산이 4조원 가까이 자연 증발되었으나 이것에 대한 대책도 1조8천억에 머물고 있어 지역의 복지예산도 손을 놓았다"고 비난했다.
지방 SOC 사업 등 건설 경기 부양 방안에 대해서도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과잉투자로 인해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정상적인 정부라면 미국의 오바마 플랜처럼 산업구조의 전망에 따라 장기적 계획으로 IT, BT, NT, CT, 사회서비스 산업에 집중 투자 하는 것이 위기대책으로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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