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1년. 견제없는 1년이 가능했던 것에는 친박(親朴) 일색인 여당도 한몫했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1년차는 이른바 '친박 전성시대'를 방불케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적절한 견제 및 여권 내 세력 균형이 가능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미 지난 2012년 총선을 전후해 '박근혜당'이 됐던 새누리당은 지난해 5월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한층 강화된 대통령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대통령의 비서당'이란 야권의 비판이 1년 내내 이어졌다. 여야 대치 국면마다 야당이 여당과의 협상보다는 청와대와 '결단'을 요구하며 직접 협상에 나서려했던 것은 "여당에 결정권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로 인사 사고는 시도 때도 없이 터졌고, 이를 수습하느라 1년을 허비했다.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강공 드라이브'였다. 역대 정부들이 집권 2년차에 정권 차원의 업적 달성을 위해 시동을 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1년차에 반대파의 목소리를 '제압'한 박 대통령이 한층 강화된 '자신감'으로 독주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지도부 교체기 앞두고 친박도 '분화 조짐'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견고했던 친박 그룹이 분화하는 분위기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친박계를 세분화하는 기준은 '원박(원조친박)', '신박(신친박)', '탈박(이탈한 친박)', '복박(돌아온 친박)' 등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했지만,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이후 분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오는 5월 원내대표 경선과 7월 전당대회 등 지도부 교체기와 맞물려 친박계로 뭉뚱그려졌던 당 핵심부에 변화가 오는 조짐이다.
현재까지는 이른바 '친박 직계' 인사들이 당권까지 거머쥐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김재원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년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 야권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며 청와대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이들 직계 그룹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지방선거를 전후로 지도부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권력 지형 변화가 주목된다.
여권 권력 지형 개편의 첫 번째 분수령은 5월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완구 의원(3선)은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핵심에선 다소 거리가 있다. 여기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 원로 서청원 의원과 마찬가지로 충청 출신어서, 이른바 '지역 안배' 차원에서 친박계가 다른 후보를 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非朴)계가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5선)에게 표를 몰아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로 친박계인 정갑윤 의원(4선)이 부상한 상태다. '친박 대 비박' 구도를 뛰어넘는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당권파가 원로 친박인 서청원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이완구 띄우기'를 하자, 친박 원로 그룹이 정갑윤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는 설도 제기된다. 정치적 기반이 다른 당권파와 원로 그룹으로 친박계가 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친박 '인물난'도…비박계 당권 쥘까 '고민'
가장 관심을 끄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 역시 '친이 대 친박'의 계파 구도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친박계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고, 친이 및 비박계가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근 정 의원과 최경환 원내대표가 회의 자리에서 설전을 벌인 것 역시 이런 신경전의 연장선이다.
친박 주류 입장에선 지방선거 때 내세울 '간판 후보'가 없다는 점 역시 고민이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지도부 재신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권력 분화의 기점으로 꼽히지만, 막상 전체 선거를 주도할 간판 후보를 친박계 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서울의 정몽준, 경기의 남경필 등 여당의 간판 후보들은 모두 비박계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특성상 친박계의 인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친박 내부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 내부에선 이런 기류가 이어진다면 자칫 7월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부터 당내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흐르고 있다. 원내대표를 비주류에 내줄 경우, 도미노처럼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김무성 의원 등 비주류에게 당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질 7월 재보선의 공천권부터 비박계의 도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전성시대를 방불케 했던 친박계는 이처럼 분화하고 있지만, 그간 숨죽여 있던 비박계 쪽은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이다.
한 때 친박계 좌장이었지만 현재 친박 주류와 거리가 있는 김무성 의원의 경우 당내외 존재감을 키우며 차기 유력한 당권주자로 부상한 상태다.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한 정몽준 의원이나 '개헌 전도사'를 자처한 이재오 의원, 경기지사 3선 도전을 접고 당 복귀를 준비 중인 김문수 지사 등 비주류 핵심 인사들이 모두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친박계 비주류가 이들과 전략적 연대나 협력을 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 내 권력 분화, '다른 목소리' 가능할까
하지만 정치적 성향으로 봤을 때 이들 사이에 차이점이 거의 없어,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청와대를 향해 얼마나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18대 국회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 성향의 쇄신파 그룹이 존재해 여권의 독주에 적절한 제동을 걸었지만, 새누리당 내 과반을 넘는 초재선 의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은 '박근혜 키즈'로 불릴 정도로 친박 색채가 강한데다, 이렇다 할 쇄신 그룹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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