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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복귀하는 한 총리, 금의환향이냐 가시밭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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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복귀하는 한 총리, 금의환향이냐 가시밭길이냐

인혁당 유가족 만나 유신 비판하며 사실상 총리직 마감

지난 21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을 따로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한명숙 총리가 22일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인혁당재건위 관계자들을 만나 오찬을 나눴다.

이 행사는 이미 예정된 것이지만 여권의 '잠룡그룹'의 일원으로 부쩍 적극적 행보를 보여 왔던 한 총리가 '총리 명함'을 달고 주관하는 사실상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을 더하고 있다.

'유신의 딸' vs '유신의 희생자'

이날 오찬 행사는 한나라당의 유력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한 총리 사이의 극명한 대조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인혁당 재심판결 이후에도 "내가 사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친북좌파는 사과했냐"는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내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은 천륜"이라고 '결기'를 세우고 있다.
▲ 지난 달 30일 국무회의장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는 한 총리와 노 대통령. ⓒ연합뉴스

반면 신혼 초인 지난 1968년부터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남편 박성준 씨의 옥바라지를 하던 한 총리는 자신도 유신 말기인 1979년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유신의 딸' 대 '유신의 여성 희생자'의 구도인 셈.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등 인혁당 사형자 미망인 8명을 비롯해 관련자 24명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한 한 총리는 이들의 손을 붙잡고 "'인혁당재건위사건'의 무죄 선고는 진실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라고 위로했다.

특히 한 총리는 "이번 무죄선고는 32년 전 사법살인의 오명을 쓰고 '사법사상 암흑의 날'의 피고였던 우리 사법부에 '새벽'을 되돌려준 것"이라면서 "한 순간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박정희 유신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대권행보'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0일 실시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범여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5%를 기록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유시민 복지부 장관, 김근태 전 의장을 제치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21.0%), 정동영 전 의장(11.3%), 강금실 전 장관(8.5%)에 이어 4위를 기록한 한 총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권'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문제로 전직 장성, 전직 국방부 장관 등 군 출신 인사들과 한참 갈등을 빚을 때 군 부대를 연쇄 방문해 눈길을 끌었던 한 총리는 연말 연초에도 노 대통령이 꺼려 하는 '민생현장 방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지난 달에는 수원의 임대주택 건설 현장을 방문했고 강원도 강릉 노인수발 시범지역을 방문해 직접 노인 시중을 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시비를 마다하지 않고 '헌법개정추진지원단' 설립을 내각에 지시했고 노 대통령-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회담 이후에는 주요 민생입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의 구성을 추진하는 등 활동의 폭을 날로 넓혔다.

당 복귀 후 첫 역할은 '개헌 전도사'?

'대과'없이 총리 직을 수행했지만 한 총리의 앞길은 오히려 가시밭길이다. 지리멸렬하면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당에 한 총리가 복귀한다고 해서 반전의 계기가 하늘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한 총리 자신도 마이너리그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한 총리 자신만의 진짜 정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 복귀 이후 한 총리가 내걸 수 있는 첫 카드는 개헌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개헌 자체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개헌론의 활용 범위는 좀 더 넓다.

지난 20일 실시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4년 연임제 연내 개헌에 대해서 응답자의 39.2%가 찬성했고 48.6%가 반대했다. 지난달 9일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보다 찬성 비율이 10~20%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노 대통령이나 여당의 현재 지지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숫자다.

그나마 간판으로 내걸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개헌'이라는 얘기가 된다.

탈당파는 물론이고 잔류 우리당 그룹조차 개헌 문제에 대해 별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드라이브에 관한 한 한 총리 만한 적임자가 없다. 또한 개헌드라이브에 앞장 설 경우 노 대통령의 물밑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희생타'가 최종 목적이 아니고 스스로 대권후보를 노린다면 '노무현의 그림자'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 불문가지다. '한명숙 전 총리'의 줄타기를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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