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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 펼쳐진 라흐마니노프와 볼쇼이, 그리고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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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 펼쳐진 라흐마니노프와 볼쇼이, 그리고 서커스

올림픽 폐막…러시아, 귀화선수 힘입어 금 13개 1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3일(현지시각)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개회식이 웅장한 규모로 펼쳐졌던 것처럼 폐회식의 규모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 개회식이 '러시아의 부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폐회식은 가히 '러시아 문화예술 축제'였다.

어린이 세 명의 '문화 기행' 형식으로 꾸며진 폐회식에서는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문학부터 미술, 음악, 발레, 서커스까지 대표적인 러시아 문화예술 작품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폐회식을 알리는 러시아 국가 연주는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를 했고, 선수 입장이 끝난 뒤 시작된 본격적인 문화예술 공연은 마르크 샤갈,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 등 '러시아 출신' 미술계 대가들의 작품이 입체적으로 형상화됐다.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말레비치, 칸딘스키, 샤갈의 색'을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져 지붕의 구조물에 달린 '거꾸로 매달린 집'이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무대 중앙에 피아노가 떠올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됐다.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연주를 하는 사이 62대의 피아노가 무대에 나타나며 피아노를 주제로 한 춤이 펼쳐졌다. 러시아가 배출한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상징하는 것.

피아노 연주가 끝날 무렵에는 하늘에서 거대한 샹들리에가 내려왔고 발레의 향연이 시작됐다. 러시아 양대 발레단인 볼쇼이와 마린스키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총출동해 '세헤라자데', '빈사의 백조' 등 주옥같은 발레 레퍼터리들이 공연됐다.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볼쇼이와 마린스키'를 주제로 한 발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연합뉴스


미술, 음악, 발레 뒤에 이어진 '러시아 문화예술 축제'는 문학으로 이어졌다. 무대는 거대한 도서관으로 변신했고,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푸슈킨, 솔제니친, 고골리, 투르게네프, 불가코프 등을 비롯해 12명의 러시아 출신 작가들의 영상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종이들이 바람에 휘날려 소용돌이치며 도서관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서커스단원들이 몰려 나왔다. 18세기 러시아에서는 서커스가 발레와 버금가는 주류 예술 장르 중 하나로 상설 공연장만 50개가 넘었던 전통을 살린 것이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곡을 배경으로 서커스단의 화려한 공연이 무대를 가득 매웠다.

▲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서커스 마술'을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연합뉴스


폐회식을 통해 러시아는 음악, 발레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공연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러시아 대문호들 역시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 문화예술에서 국경을 긋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했던 샤갈, 모스크바의 미술 사조에 반대해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미술적 업적을 쌓은 칸딘스키 등 러시아가 폐회식을 통해 내세운 문화와 예술이 온전한 러시아의 유산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스포츠의 국경도 흐릿하게 했다. 러시아는 금메달 13, 은메달 11, 동메달 9개로 1위를 차지하며 주최국과 과거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살렸지만 금메달 13개 중 5개는 한국에서 귀화한 빅토르 안(쇼트트랙, 3관왕), 미국에서 귀화한 빅 와일드(스노보드, 2관왕)에 의한 것이다.

러시아의 무대가 끝난 뒤에는 한국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석래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기를 이어 받은 뒤 태극기가 게양됐고 이예빈 양, 최승훈 군이 애국가를 불렀다.

이어진 공연에서 국립국악원 수석연주자 이종길 씨가 가야금을 연주했고, 두루미 춤이 펼쳐지는 사이 소프라노 조수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가수 이승철이 아리랑을 합창했다. 공연이 이뤄지는 동안 겨울 스포츠에서 소외된 나라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평창 드림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강강술래를 시작하자 김연아, 이상화, 박승희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무대로 나와 함께 강강술래에 참여하며 폐회식 무대를 즐겼다.

▲ 이석래 평창군수가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으로부터 대회기를 전달받은 뒤 힘차게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모든 순서가 끝난 뒤에는 마스코트 북극곰이 입김을 후 불어 얼음 그릇 위의 성화를 껐고, 소치에서 자란 노란색 미모사 꽃이 흩날리며 피날레를 알렸다. 그 사이 밖에서는 흑해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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