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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열풍 1년, '몬드라곤 모델'만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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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열풍 1년, '몬드라곤 모델'만으론 안된다

[좌담회] 해피브릿지-몬드라곤대, '협동조합연구소' 만든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1년은 협동조합 열풍의 해였다. 201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설립된 협동조합은 3466개다.

그간 한국에서 '기업'이란 곧 '주식회사'를 의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회사는 1주1표를 원칙으로 한다. 보유주식에 비례해서 의결권이 커지므로, 기업 오너 일가를 위시한 최대주주가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한다. 협동조합은 1인1표가 원칙이다. 모든 조합원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기업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다.

그러나 어렵다. 2012년 협동조합법 시행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협동조합들은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시작했다. 조합원 교육과 자본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협동조합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고민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프레시안은 이러한 고민을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의 요수 자발라 이투랄데 총장, 존 이라올라 부총장 등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몬드라곤대는 지난해 2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해피브릿지'(HB)와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이하 HBM)를 만들 계획이다. 이들은 HB와 이같은 약속을 담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돌연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꾀하더니 협동조합의 본거지인 스페인 몬드라곤 그룹에 뿌리를 둔 몬드라곤 대학과 함께 청년 창업 및 교육을 위해 협동조합연구소를 만들게 되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궁금했다. 법 이외 다른 인프라는 전무하다시피 한, 특히나 '협동'과는 거리가 먼 사회, 경제적 풍토에서 협동조합 창업하거나 창업을 꾀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만한 문제 의식에 기반한 것일 것이라 짐작했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이 좌담에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몬드라곤대 요수 자발라 이투랄데 총장, 박경서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이사장(전 초대인권대사)과 송인창 HB CEO가 참석했다. 좌담회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 오른쪽부터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송인창 CEO, 몬드라곤 대학 존 알투나 이라올라 부총장, HBM 박경서 이사장, 몬드라곤 대학 여수 자발라 이투랄데 총장,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전홍기혜 편집국장. ⓒ프레시안(최형락)

'부자 되세요'말고 '함께하세요'

몬드라곤 대학은 협동조합의 도시 스페인 바스크 지방 몬드라곤에 위치한 대안대학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MCC : Mondragon Corporation Cooperative)의 소유로, 교육 협동조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체 260개를 거느린 MCC에는 8만여 명의 노동자가 소속돼있다.

HBM은 '국수나무', '도쿄스테이크'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해피브릿지'(HB)가 만든 연구소다.

몬드라곤 대학과 HBM은 21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HBM은 실업극복, 청년창업, 협동조합 지원을 위해 △협동조합 창업지원센터 △국제요리학교 △국제 비즈니스 아카데미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 몬드라곤 대학 여수 자발라 이투랄데 총장. ⓒ프레시안(최형락)

이투랄데 총장은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도, 함께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부자가 되고 싶으면 협동조합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결정과 작업을 함께하고 이익을 공평하게 배분할 마음 있는 사람만 일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 HBM 송인창 CEO.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면서 "이런 이상을 실현하려면 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만일 HBM이 몬드라곤의 사업 수완만 배우고 싶어 했다면 우리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HBM은 우리의 정신을 배우고 싶어 해서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CEO는 기업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고자 고민하는 과정에서 MCC를 보고 희망을 얻었다.

"HB의 규모가 커지면서,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규모가 커지고 돈이 생기니 사람 마음이 변하더라. 그래서 진정한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협동조합을 알게 됐다.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창업 초기에 가졌던 단순한 목표가 협동조합의 기본 의식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부자되세요'가 상식인 한국사회에서 함께하자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가장 어렵다"며 "한국에서도 MCC같은 협동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인권문제"…"한국형 협동조합 만들어야"

박 이사장은 스페인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협동조합 언론'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투랄데 총장은 "몬드라곤 주변 지역에 있는 지역 언론은 대부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언론의 여러 좋은 점은 많지만 언론사를 유지하려면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협동조합도 기업인지라, 튼튼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 운영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파산한 MCC 가전회사 '파고르'다.

이투랄데 총장은 파고르에 대해 "매우 슬펐지만 현실은 현실"이라고 했다.

"MCC의 모태였던 파고르에 대해 모두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파고르는 한 때 MCC 전체 소득의 7%를 차지했던 회사다. 그러나 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는다. 몬드라곤이 환상적인 유토피아라고 할 순 없다. 기적의 모델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혁신, 교육, 새 제품 생산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1986년, 파고르를 제외한 스페인 내 가전 회사가 거의 다 망했다. 그러나 그 이후 스페인 경제가 정말 어려워졌다."

송 CEO는 "이렇듯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희망을 줘야 한다. HBM은 요리학교를 만들고 협동조합 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서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인권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 HBM 박경서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몬드라곤 모델을 한국형으로 잘 살리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면서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 개인이 이익을 얻으면 소수의 사람만 나눠 갖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넘어서, 공동체가 동시에 나누는 것이 바로 인권이다."

마지막으로 이투랄데 총장은 프레시안과 HBM에 응원의 말을 전했다.

"프레시안과 HBM이 한국형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길 바란다. 지금 언론사를 하든 요식업을 하든 간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다른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 많은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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