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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개인정보, '보물'을 한군데만 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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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개인정보, '보물'을 한군데만 뒀겠나"

피의자 "1억 건 중 100만 건만 팔았고 추가 유출 없다"지만…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조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금융광고대행사 등을 통해 추가 활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금융 당국의 장담에도 유난히 스팸 문자나 전화가 잦아졌다는 시민들의 체감이 높은 가운데여서 눈길을 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18일 청문회에서 정보유출 사건의 피의자인 신용평가업체 KCB 차장 박모 씨가, 박 씨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은 조모 씨와 같은 광고대행업체 관계인으로 특수관계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업체를 고리로 한 2차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씨는 금융광고대행사 'A커뮤니케이션'의 사내 등기이사이며 조 씨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다. 'A커뮤니케이션'은 박 씨가 대표를 맡은 광고대행업체와는 다른 회사다. 박 씨는 'A커뮤니케이션' 대표인 장모 씨와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이기도 하다. 이날 청문회 증언으로 출석한 박 씨도 이들과의 관계를 인정했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보기술(IT) 전문가들도 김 의원의 지적에 힘을 보탰다. 문성찬 카이스트 교수는 "'보물'을 획득했는데 한 군데만 뒀겠나. 여러 개 카피(복사)해 배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추가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한 데 대해 "우리나라는 (불법행위를) 100%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하기 때문에 검찰에서 조사해도 안 나오고, PC방 컴퓨터를 이용하면 PC방에는 자동삭제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 아무리 뒤져도 증거가 안 나온다"며 "2차 유출이 없다는 것은 보안 전문가로서 말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검찰이 이런 관계를 전날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피의자 증언만 믿고 수사했고, 금감원은 검찰 수사만 믿고 추가 유출이 없다고 했다"며 "축소 수사 의혹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조 씨가 소속된 광고대행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조 씨의 컴퓨터 본체만 가져갔다고 한다"며 "다른 직원들 컴퓨터 본체를 가져다 확인했으면 외부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과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사태를 파악한 후 법무장관과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어제까지 검찰은 축소 수사가 없었다는 입장"이라며 검찰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피의자 박 씨 "개인정보 넘기고 월 200만원 받아"

그러나 박 씨와 조 씨 등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피의자들은 이같은 2차 유출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박 씨는 사건 전모와 관련해 "(2012년 10월) 1억5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비정기적으로 월 200(만 원) 정도 받는 것으로 했다"며 "특별히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 씨는 "조 씨는 4~5년 전부터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라며 "술자리를 하면서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조 씨와의 범죄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사전 모의라기보다 우발적으로 (개인정보를)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어떻게 우발적이냐. 처음에는 우발적이었더라도 2번째, 3번째는 돈이 되니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계획적이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조 씨는 건네받은 정보 가운데 100만 건을 2300만 원을 받고 팔아넘긴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그런 것을 받았는지도 몰랐다고 말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그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 씨는 "박 씨에게서 받은 정보가 1억 건이 넘는다는 것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며 "프로그램이 암호화돼 있고 나는 '오라클'(암호화) 프로그램을 몰라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곳에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야당 "현오석 총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책임'져야"…사퇴 압박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현 부총리와 함께 금융 당국의 감독 책임을 추궁했다. 현 부총리는 자신의 실언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면서도, 민주당 김기준 의원이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촉구한 데 대해서는 "다른 법 체계상에 고려할 점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들의 피해를 정보를 유출한 업체가 보상하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그런 (당국의) 의지를 피력해 달라고 하는데 계속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게 수습하는 올바른 자세냐"라고 현 부총리를 질책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 사태가 정부 책임이냐 기업 책임이냐 하니 두 군데 다 책임이 있다는 게 부총리 답변 아니었나"라며 "그런데 국민카드는 사장 직무대행이 나와 있고, KCB는 신임 사장이 나와 있는데 왜 정부는 아무도 책임을 안 지나"라며 현 부총리의 용퇴를 간접 압박했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도 "카드 회사들을 제재한 데 비해 금융당국이 무슨 책임을 지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전혀 나온 게 없다"며 "무슨 얘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한편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6월 정보유출 사고 당시 법으로 정한 '고객정보관리인'이었다"며 "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 '내가 책임진다'고 하지 않고 부하 직원들 27명 사표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사실상 임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임 회장은 "(정보관리인의 책임은) 계열사 간의 정보 공유에 대한 관리"라고 해명하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임원들은 심기일전해 사태를 수습하자는 차원이었고, 저는 수습이 먼저였다"고 답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주사가 갖는 법적 책임이 있다"면서 "임 회장의 책임은 예단할 수 없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징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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