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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정원 '2중 조작 의혹'…외교부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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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정원 '2중 조작 의혹'…외교부는 알고 있다?

외교부는 1부만 보냈는데 검찰은 재판부에 2부 제출, 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외교부의 해명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부가 유일하게 검찰에 제출했던 문서 1건까지 중국 정부로부터 '위조'로 지목당한 상황에서, 외교부는 해당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외교부는 1건의 문서만 보냈는데 검찰은 2건의 문서를 가지고 있던 게 18일 확인됐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외교 공문서 조작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내용과 문서 형식 등 '2중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전화 한 통이면 알수 있는데…외교부는 왜 입을 닫고 있을까?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검의 요청에 따라 선양(심양시)총영사관에서 입수한 문서는 중국 허룽시(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발급 사실 확인서 1건"이라며 "관련 문서는 대검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선양총영사관이 허룽시 공안당국으로부터 발급받은 1건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3건(중에 외교부가 제출한 1건)의 문서와 동일한 진본이냐"고 묻자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대사는 "제가 (진본 여부를) 확인 해 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우성 씨의 출입경 기록 확인 관련 대검 협조 요청 있었고, 외교부 본부는 주선양총영사관에 요청을 했고, 거기에서 받은 것을 대검에 전달했다. 이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사실상 진위 여부 등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입을 닫고 있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 씨가 검찰 측의 증거 조작 관련 민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최후에 검찰 손에 넘겨져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된 문서는 중국 정부가 지목한 '위조' 문서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선양총영사관에서 애초에 외교부 측에 위조된 문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교부는 해당 문서에 영사필증이 찍혀 있는지, 어떤 영사가 보냈는지 등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중이다. 전화 한통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외교부 측은 "확인을 하더라도 그것을 공개할지는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다",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확인하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심양총영사관에는 이 사건을 기획, 수사했던 국정원의 IO(정보관)들이 '화이트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조된 허룽시 공안국 문서, 그 문서조차 바꿔치기한 검찰

외교부가 언급한 문서는 중국이 지목한 위조 문서 3건 중 마지막으로 언급한 '허룽시 공안국이 심양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발송한 공문'이다. 외교부와 검찰, 국정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공문은 '허룽시공안국(추정)-선양총영사관-외교부본부-대검찰청-항소심재판부'의 과정을 거쳐 왔어야 하는 게 맞다.

일차적으로는 외교부는 1부만 보냈는데 검찰은 왜 2부를 가지고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똑같은 내용의 문건 2부(1번 문서, 2번 문서)를 두 차례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른 점은 발신지 팩스 번호다. 검찰은 외교부로부터 자료를 받은 후 지난해 12월 6일, 항소심 재판부에 선양시 지역으로 추정되는, 968번으로 시작하는 팩스 번호가 적힌 문서(1번 문서)를 제출했다. 참고자료 성격이었다.

▲외교부가 검찰에 보내온 '1번 문서'. 팩스 번호가 968로 시작한다. 이는 허룽시 번호가 아니라 선양시 번호로 추정된다. 발신 날짜는 2013년 11 27일 오후 9시 20분이다. C185는 외교부가 정식으로 보낸 팩스 고유번호다. ⓒ민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2번 문서'다.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이 문서를 보낸 적이 없다. 팩스 번호는 허룽시로 보이는 422번으로 기록돼 있다. 보낸 날짜는 '1번 문서'와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이다. 1시간 20여 분만에 팩스 발신지가 다른 문서를 검찰이 연달아 받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시각에 '2번 문서'를 공식적으로 보낸 적이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2번 문서'는 왜 발신지가 바뀌었을까. 외교부에서 받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검찰은 '2번 문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한 것일까. 그러나 결국 1번, 2번 문서는 모두 조작인 셈이다. ⓒ민변

일주일 후인 12월 13일, 검찰은 같은 내용의 문서 성격을 '증거'로 바꿔 다시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문서(2번 문서)의 팩스 번호는 허룽시 지역번호에 해당하는 043으로 시작한다. 검찰이 발신 팩스 번호만 다른 똑같은 내용의 문서 2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교부 팩스 수발신 대장에는 1번 문서만 등재(C185)돼 있다. 즉 검찰이 후에 증거로 제출한 문서는 외교부 수신 대장에 없는 조작된 문서일 가능성이 크다.

이 문서는 '허룽시 공안국이 심양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발송한 공문'이다. 해당 문서가 선양에서 온 것으로 의심받을 여지가 있자, 허룽시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우성 씨의 변호인인 민변 측은 "검찰은 처음에는 1번 문서의 존재도 알리지 않았다. 우리가 찾아내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라며 "검찰이 왜 이 부분을 미리 설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인데, 현재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의혹은 3건의 문서 중, 검찰, 국정원, 외교부가 유일하게 한목소리로 "공식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1번 문서' 내용 자체가 위조됐다는 점이다. 외교부가 심양총영사관으로부터 받은 1번 문서는 공문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문제의 공문에는 중국 공문서 형식에 항상 들어가는 '~에'를 뜻하는 조사 '향(向)'자가 들어있지 않다. 문서 자체가 조악하게 위조, 작성됐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1번 문서가 '위조'임을 명확히 밝혔지만, 어떤 부분에서 위조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추정컨대 허룽시에서 발급한 문서가 아니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허룽시에는 1번 문서처럼 '공안국'이 아니라 '공안대대'라는 명칭의 기관만 존재한다. 유우성 씨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 외교부, 국정원 등이 말이 다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애초 문서가 작성될 때부터 위조된 것이라는 의심이 들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양총영사관이 외교부에 보냈을 당시 위조된 문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위조된 문서를 그대로 대검에 전달했고, 대검은 외교부가 전달한 문서를 제쳐둔 채, 전달하지도 않은 문서를 최종 증거라며 재판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상시킬 수 있다.

결국 이 문서는 애초에 누가 위조를 했으며, 검찰은 왜 위조된 문서조차 바꿔치기를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사건의 열쇠는 심양총영사관에서 이 문건을 본부로 발송한 영사, 그리고 검찰이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해당 영사가 누구인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외교부와 검찰, 국정원의 설명이 제각각으로 얽히면서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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