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3개월 만에 잡힌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선고일이, 예정일 하루를 앞두고 두 달가량 연기됐다. "재벌 눈치를 보는 법원의 늑장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12일, 울산·아산·전주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309명이 '정규직으로 인정해 달라'며 지난 2010년 11월 제기한 소송에 대해 당초 13일로 예정했던 선고일을 4월 10일로 연기했다. 구체적인 변론 재개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으며, 다음 주 중 서면으로 양측에게 알릴 예정이다.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지회)는 13일 선고 연기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현대차 재벌의 압력 때문에 재판을 연기한 것은 아닌지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염없이 늘어지는 재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빠른 판결을 요구했다.
노동자 측 법률 대리인 김태욱 변호사는 "복잡한 임금 체불 사안에 대해 법원이 아직 판단을 못 내린 것 같다"며 "그러나 재판부에겐 3년이 넘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4년 고용노동부의 불법 파견 판정 이후 10년째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과 구속‧해고 등을 감수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010년 11월엔 그해 7월에 나온 대법원 불법파견 확정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25일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엔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 씨가 울산공장 앞 철탑에서 296일간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비지회 조합원들은 230억 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많은 이들이 급여를 압류당한 상태이며, 2010년 대법 판결 이후에만 해고자 117명, 구속자 13명이 발생했다.
비정규직 노조, 특별 교섭 선결 조건 제시…"신규 채용 중단‧손배 철회"
노사 간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 측의 특별 교섭 재개 요청에 대해 신규 채용 중단과 손배․가압류 취하 등의 선결 조건을 제시했고 현대차 측은 "해당 사안들은 특별 교섭과 별개"라며 맞서고 있다.
비지회가 해당 선걸 조건들을 내건 때는 지난 5일. 이어 지난 12일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가 회의를 통해 비지회와 입장을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노측 3주체는 교섭 중단 반년 만에 입장을 통일해 교섭 준비를 마쳤다.
한편, 현대차는 12일 내부 소식지인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선결 조건들을 사실상 거부했다. 현대차 측은 "불법 파업과 폭력 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회사의 법적 권리"라며 "(선결 조건을 내건 비지회가) 협의 재개에 진정성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정부 방침이기도 한 만큼 중단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신규 채용은 특별 협의와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말부터 현재까지 현대차가 신규 채용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1650여 명이다. 2016년 상반기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6000여 명 중 3500명을 현대차로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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