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예방하고 한일 간의 역사 문제 등에 대해 환담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13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뤄진 이 이사장과의 환담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던 분들도 만나봤지만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혔다"며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 문제 해결에 대해 "충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남겨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도 해결을 위해서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일본의 현 총리는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찬탈 안 했다'는 거짓된 증언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무라야마 전 총리께서 바른 말을 해 주셔서 한국 분들이 다 무라야마 총리를 존경하고 환영한다"고 했고, 무라야마 전 총리는 "감사드린다"고 고개숙여 화답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일본이) 전쟁 시에 한국 젊은 여자들을 많이 동원해서 마치 자기들 노리개처럼 대했다. 그런 여성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데 그들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무라야마 전 총리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며 "(아베) 현 총리는 '어느 나라든지 전쟁 때 그런 게 있었다'고 잘못된 말을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바르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 이사장과 무라야마 전 총리의 환담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서적을 여러 번 읽을 읽을 때마다 사선을 넘어서 많은 애를 써오신 분들의 공적은 아무리 칭송을 해도 부족함이 많을 것 같다"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996년 김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회고하며 김 전 대통령이 과거 자신에게 "지금 즉각 남북통일을 이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통상적 국가 관계처럼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평화적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일본에서 북한과의 관계 속에서 뭔가 하려고 할 때, 그 목적이 이에 부합한다면 주저 없이 왕성하게 돕겠다. 남북이 평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남편이 도쿄(東京)에서 납치당했을 때 구명운동을 열심히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1995년 남편이 일본에 가셨을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과거 인연을 언급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한일관계 발전의 지침과 기준'이라고 강조했으며, 이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고 정의당 측이 전했다. 면담에 동석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께서 살아 계셨으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애쓰시는 지도자들 간에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무라야마, 정홍원 총리 면담..."한일 정상 만나 솔직한 대화 해야"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 총리는 "명예 회복을 위해 신음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해주는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매우 인상깊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정 총리는 "최근 일본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된 언행이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양국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어 유감"이라며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무라야마 전 총리와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믿고 싶고, 또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양국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정 총리는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일본 정계의 큰 어른 역할을 계속해 달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자신의 진정어린 (전향적) 표현을 기대하며,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이 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무라야마 전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는 (저) 개인이 아닌 일본 각의의 결정"이라며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오해와 의혹의 여지를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아베 내각도 이를 계승한다고 한 것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정상이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 서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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