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이상희 장관의 "입대자 중에 국가관, 대적관, 역사관이 편향된 장병이 상당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야당이 "20세기의 천박한 역사인식", "뉴라이트식 정훈교육"이라고 비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매년 입대하는 20만명의 장병 중 대한민국 60년을 사대주의 세력이 득세한 역사로, 군의 기득권의 지배도구로서 반민족적 반인권적 집단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가관, 대적관, 역사관이 편향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병들을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지닌 강한 전사,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려는 군의 정신전력 강화 활동이 이념 논쟁화되기도 한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현시적이고 실체적인 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9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80년대의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대한민국에서 20년 이상 교육받은 장병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포용하지 못하고, 좌편향으로 왜곡하고, 정신교육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부의장은 "지난번에는 불온서적 지정 사건으로 군내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지금 언론을 통해 바라보는 정부의 행태는 우편향 정도가 아니라 한쪽 맨 끝으로 치닫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청년들에게 20세기 천박한 역사인식과 시대착오적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뉴라이트적 관점이 국방부에 침투한 느낌"이라며 "군장병의 의식을 자신의 의식에 꿰맞추는 것 자체가 불온한 것이다. 군홧발에서는 국민들의 자유가 퇴폐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호불호를 떠나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장병들은 살면서 경험한 만큼 인식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군대가 북한을 영원한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교습하는 이념학원이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 장관은 군대의 수장이지, 일개 대대의 정훈장교가 아니다. 각성하라"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편향적 인식과 더불어 우리 군을 '뉴라이트식'으로 정훈교육 시키겠다는 '퇴행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역주행 정치'가 역사관과 민주주의는 물론 나라 전체를 퇴행시키는 정말 황량한 시절"이라고 말했다.
6.15선언은 없고 청계천 사업은 있고…'건국기념' 영상물, "낯간지럽다"
이 장관의 발언과 함께 교과부에서 제작한 건국 60주년 기념 영상물인 '기적의 역사'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부의장은 "'기적의 역사'가 한국 교과부의 역사에 오점이 되지 않으려면 당장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물의 내용이 심히 우려스럽다. 4.19혁명이 4.19데모로, 5.18 광주항쟁, 6월 항쟁은 생략됐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빠져있는데 현 대통령의 치적인 청계천 복원사업은 들어가 있다고 한다"며 "기사만 봐도 낯 간지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문 부의장은 "영상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독도에 대한 특강 한번 개최한 적도 없으면서 좌편향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교과서를 수정하고, 보수인사들의 특강 시간을 편성하는 이례적인 활동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정 논란과 함께 이같은 문제들이 불거져나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 '과거사위통폐합법' 등 민주당이 규정한 '과거 회귀법안'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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