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수석실도 전날 청와대브리핑에 '침묵의 동맹이 부른 공론의 위기'라는 글을 게재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대상으로 한 '침묵의 동맹'에는 언론, 야당, 지식인이 함께 하고 있다"고 정치권과 함께 언론과 지식인도 싸잡아 비판한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바닥 여론은 오히려 분명 자기중심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식인에 대한 비판 부분이 빠져 있는 점에서만 전날 글과 달랐을 뿐 나머지는 대동소이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대학교수들과 오찬 석상에서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도 부러움을 사고 민주주의도 인정 받는데…"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회담에 이어 양승함 한국정치학회 회장, 성낙인 한국공법학회회장, 정만희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 법학, 정치학 교수 18명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이제 경제도 세계에서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을 정도로 발전해 가고 있고 민주주의도 꽤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막상 국내에서 정치를 보면 숨 막힌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그런 것이 이제 국민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과 신뢰를 갖지 못하게 하는 요소"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설사 (개헌에 대한) 반대가 있더라도 '이것이 공론이냐 이것이 원칙이냐'는 측면에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많은 시민사회와 지식사회 또 일반 국민들이 참여해서 여론을 만들어서 여론을 공론에 합치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합당한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운영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론은 그저 부박하게 그때 그때 반응하는 여론도 있고, 또 공론이라고 하는 어떤 원리나 가치에 뿌리를 가지고 움직이는 여론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헌을 처음 제안해 여론의 지지가 극도로 낮았을 때 노 대통령은 "여론은 바뀐다"며 "지금은 반대하지만 국민들은 유신헌법도 찬성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노 대통령이 또 출마하기 위해 개헌한다고 아는 사람도 많다"며 "홍보가 잘 되면 여론은 바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논리에 따르자면 임기 내 개헌을 반대하는 여론은 '부박한 것'이고 찬성으로 돌아선 여론은 '원칙에 뿌리를 내린 공론' 인 셈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고발하고 호소하겠다"
노 대통령은 "사회적 공론을 모아 나갈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정치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얼마만큼 공론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느냐 하는 것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중앙언론사 국장단과 회동에서도 "개헌 반대자들의 책임을 퇴임 후에도 끝까지 묻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나라 정치 엘리트들이 자기들끼리 전부 담합해 가지고 (개헌이) 이 시기에 필요한지 안 한지에 대해 논의조차 덮어버리는 이 상황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엘리트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광범위하게 이 상황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호소해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 가운데 계신 분들이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라며 "학계에서 좀 활발하게 의견들이 개진될 필요가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학계 인사들을 향해 '우군'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언론들이 (학자가) 맘에 안 들면 아무리 옳은 말씀을 하더라도 그 분의 학문적 업적이 상당히 두텁더라도 안 받아 써버리고, 맘에 들면 가치가 있든 없든 받아 써버리는 이런 척박한 언론 풍토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이 시기에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아울러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날 청와대홍보수석실은 청와대브리핑에서 학계와 시민사회를 정치권, 언론과 함께 '침묵의 카르텔'로 묶어 맹비난 하며 "이제는 '네티즌 등 현명한 대중'에 의해 의제가 형성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전날 청와대브리핑 글이나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개헌에 관한 대국민 직접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해석된다. '대국민 직접 홍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계획을 잡고 있는데 그 내용에 대해서 지금 말하긴 어렵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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