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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의 연인, 러시아 언론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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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의 연인, 러시아 언론은 알고 있었다

[강대호의 와이비노멀] 국내 언론 뒤늦게 호들갑

이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가 아님에도 그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는 이가 있으니 바로 2006년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3관왕 빅토르 안(28·러시아)이다.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쇼트트랙대표로 활동하던 시절, 앞서 언급한 올림픽 3회 우승 외에도 세계선수권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획득한 금메달만 18개나 된다.
안현수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
1. 세계선수권 - 18회
2002년 : 계주
2003년 : 1500·3000미터·계주·개인종합
2004년 : 1000·1500·3000미터·계주·개인종합
2005년 : 1500미터·개인종합
2006년 : 1000·1500미터·개인종합
2007년 : 1000미터·계주·개인종합
2. 올림픽 - 3회
2006년 : 1000·1500미터·계주
러시아 귀화 후에는 비록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지만, 작년 세계선수권 500미터와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1500미터 동메달을 수상했다.
러시아 대표로 안현수가 얻은 동메달에 대해서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라고 표현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흔히 러시아의 전신 중 하나로 여겨지는 '독립국가연합'의 이름으로 참가한 1992년 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계주 동메달을 수상한 사례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현재 안현수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사연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에 동정과 응원 여론이 강한 것도 큰 이유지만, '나리'(이후 '우나리'라는 한국명 전체가 알려짐)라는 미모의 여자친구도 큰 몫을 했다.
소치 현지에 언론인들이 파견되기 시작하자, 안현수를 보좌하는 이 여인의 정체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결국 '여자친구'이자 올림픽이 끝나고 '결혼'이 예정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처럼 한국에서 '안현수의 그녀'가 화제가 되자 역으로 러시아에서도 이러한 현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90년 창간했으며 러시아 정부가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한 국영 일간지 <로시이카야 가제타>는 10일, "한국에서 빅토르 안의 그녀를 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불과 며칠 전에야 만 30세인 '유 나 리'(Ю На Ри)의 존재를 인지했다"라면서 "한국 기자들은 이 '새로운 러시아 여성'이 1년 전에 러시아 시민권을 받은 것도 알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유 나 리'라는 표기는 '우나리'라는 한국명으로 알려진 해당 여성 시민권의 러시아어 표기이거나 '리'를 한국의 '이 씨'로 오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둘 다 자국인(혹은 시민권자)이고 생활 권역도 같기에 한국 언론보다 정보가 빠를 수밖에 없다.
2013년 5월 23일, 러시아 국영통신사 'RIA 노보스티'가 촬영하여 유료 판매 중인 안현수의 일상에 '여자친구 나리'라는 부연설명이 달린 커플 사진들이 존재한다.
국영통신사가 '여자친구'라는 설명과 함께 촬영한 둘의 사진이 매체판매대상에 포함됐다는 것만 봐도, 이 시점에서 이미 둘은 러시아에선 공인된 연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러시아 국영통신사의 유료판매 중인 안현수 커플 사진


안현수 부친이 한국 언론에 밝힌 결혼 계획도 이미 러시아에선 그리 대단한 소식이 아닌 정황도 있다.
1월 28일, 러시아 스포츠 일간지 <스포르트-익스프레스>는 8면의 거의 절반을 할애한 안현수 특집을 내보냈는데, 여기에는 "어느덧 대표팀에는 안현수를 위한 한국인 전담 코치나 보조가 없다. 그의 개인 팀에는 아름답고 아담하며 미소를 띤 배우자 나리가 있을 뿐이다. 아시아에서 패션 카탈로그가 오면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자랑스러운 남편이 뛰는 동안 러시아 국가가 나오면 함께 부르고 장단을 맞추며 시간을 보낸다"라는 언급이 있다.
스포르트-익스프레스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포츠 매체로 꼽히는 유력언론인데, 공들인 안현수 특집에서 나리를 '배우자'(супруга)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둘이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장래를 약속한 사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 2014년 1월 28일 스포르트-익스프레스 8면 안현수 특집.


필자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뒤늦게 안' 한국 언론이 연일 '안현수의 그녀'에 대해서 유사한 내용의 보도를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요란하게 반응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러시아 매체들은 이미 정황을 알고 있던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떠들썩한 움직임 없이 둘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안현수와 부친이 왜 수시로 러시아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스포츠 당국, 관계 기관과 협회뿐 아니라 언론까지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에 안현수가 감동하기 충분하다.
경쟁적으로 그녀의 '미모'만 부각하는 국내 언론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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