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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독일 노인을 보기 어려운 이유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사회복지 ④

독일 사회 어디를 가든지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가는 곳마다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그만큼 노인들의 활동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노인들은 소비 계층이지 생산 계층이 아닌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쾰른의 메세(Messe, 박람회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로 은퇴한 노인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 일은 박람회 기간 중에만 있었다. 메세에 참여한 각 스탠드의 주요 상품이나 장치들을 관람객이 없는 저녁 시간에 지켜보는 것으로, 대학생이나 노인들에게 적합한 아르바이트였다. 다른 일에 비해 보수가 조금 박했다. 그러나 노인은 힘 안 들이고 소일거리 삼아, 대학생은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독일에서 대부분의 노인은 일을 하지 않고도 여생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그러한 노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공적 연금보험(gesetzliche Rentenversicherung)'이 일찍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1889년 비스마르크 시대 제국의회에서 '근무 불능 및 노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이 법에 따라 16세 이후 모든 근로자는 자신의 소득에 따라 일정액을 연금보험료로 납부해야 하였다. 그러면 나중에 70세가 됐을 때 매월 연금을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 연금을 생활비로 보지 않고 노인의 용돈 정도로 생각하였다. 또한 사고 등으로 근무 불능 상태가 되면, 평균 임금의 3분의 1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게 되었다. 60세 이상 노인의 약 90% 이상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만족스럽거나 아주 좋다고 응답하였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그러한 응답은 70%에 불과했었다. 당시 서독 지역 65세 이상의 약 절반 정도가, 동독 지역에서는 약 20%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4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4년 어르신 일자리사업' 통합 설명회에서 한 어르신이 플라스틱 의자를 받침대로 삼아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연금보험, 노동 시간과 임금에 비례


이 공적 연금보험은 다음 네 가지 원리들을 지향하고 있다. '보험 원리'는 소득 활동 또는 취업 능력의 부재나 정년에 이르러 임금 소득이 중단되었을 때,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수령 시기에 도달한 사람만이 연금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연금은 보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고 환자나 사고자 등 해당자만 보험금을 수령한다. 그런데 연금은 해당자만이 아니라 가입자 누구나 이를 수령하기 때문이다.


'등가성 원리'는 연금이 각 가입자가 일생 일한 실적과 비례한다는 의미이다. 누군가 더 많이 벌고 더 오랫동안 일을 했다면,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했을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연대 원리'는 연금의 사회적 성격을 감안하여 사정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었던 기간도 필요한 경우 연금 가입 기간에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직업 교육, 대학 학업, 자녀 보육 등의 기간이 이에 해당한다.


'연동화 원리'는 연금의 인상을 임금 수준에 연계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1957년 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이전에는 정치적 역학 관계나 국가의 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의 인상이 이루어졌었다. 이 개혁은 1992년 다시 한 번 수정되었는데, 임금 수준의 기준을 그동안 총소득(Brutto)에서 순소득(Netto)의 변화와 연계하기로 조정하였다.


평균 소득에 따른 연금보험료를 45년간 내고 연금 수령 시기에 도달해서 받는 연금을 보통 '표준 연금'이라고 한다. 이 연금은 2011년 기준 월 1236유로(약 180만 원)이다. 하지만 이것이 평균 연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해 기준 평균 연금은 구서독 지역의 경우 남자가 1052유로(약 154만 원), 여자는 521유로(약 76만 원)였다. 구동독 지역은 남자 1006유로(약 147만 원), 여자 705유로(103만 원)로 조금 차이가 있는데, 이는 과거에 구동독 지역의 여자들이 구서독 지역보다 일을 더 많이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2년 기준 약 370만 명의 연금 생활자가 월 300유로(약 45만 원) 미만을, 600만 명은 500유로(약 75만 원) 미만, 1300만 명은 1000유로(약 15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연금 수령 시점보다 미리 연금을 받고자 한다면, 연금은 월 0.3%씩 줄어든 액수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년 먼저 연금 생활에 들어간다면, 원래 받을 액수의 3.6%(0.3%×12개월) 줄어든 연금을 매월 받게 된다. 하지만 연금의 감소분이 수령액의 최대 10.8%를 넘지는 않도록 하였다.


27세 이상으로 5년(60개월) 이상 연금보험금을 낸 모든 가입자는 1년에 한 번씩 연금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55세 이후에는 3년마다 조기 연금 수령 시 연금 축소 등 수급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기노초령연금 20만 원, 정부가 나서야 가능하다


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1891년에는 월 보험료의 비중이 월급의 1.7%에 불과했지만, 아래 표에서 보듯이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이후 경제 성장이 활발해지면서 보험료는 다시 조금씩 인상되어 1990년대 후반에는 20.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다시 조금씩 감소하여 2013년에는 18.9%로 조정되었다. 이 연금보험료는 근로자(근로자 기여금)와 사업주(사용자 부담금)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한국은 2014년 현재 월급의 9%이고, 마찬가지로 근로자(4.5%)와 사업주(4.5%)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단순히 보험료율만 가지고 비교한다면, 현재 한국의 상황은 독일의 1950년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 월급에서 차지하는 연금보험료의 비중. (독일연금공사 자료에서 작성) ⓒ조성복

연금 제도 실시 초기부터 연금 지급과 관련하여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논란거리였다. 1964년에는 전체 연금에서 차지하는 연방 예산의 비중이 거의 25%나 되었고, 1970년대에는 약 15%, 80년대에는 16%를 기록하였다. 1990년대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더욱 커졌는데, 그 주요 원인은 독일이 통일되면서 동독 지역의 연금 제도를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1991년부터 연금에 대한 연방 정부의 보조금은 규칙적으로 인상되었다.


2000년 기준 연금 관련 총지출은 2146억 유로(약 311조 원)였는데, 이 가운데 약 76%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연금보험료로 충당되었고, 나머지 약 23%는 연방 정부의 예산으로 보충되었다. 2010년에는 2513억 유로(약 364조 원)였는데, 이 가운데 보험료가 약 74%, 연방정부의 예산이 약 26%를 차지하였다.


연금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증가하며, 경제인구가 감소하면서 그 기금 운영에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연금보험료의 산정에 있어서 그 상한액을 설정해 놓았고, 또 자영업자 등에게는 연금 가입을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 연금보험료를 계산할 때 그 최고 소득을 2013년 기준 구서독 지역은 5800유로(약 840만 원), 구동독지역은 4900유로(약 717만 원)로 제한하였다. 이 금액보다 많은 소득에 대해서는 이 최고 소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5800유로라고 가정하면 총 연금보험료는 1096유로(약 160만 원)이고, 근로자는 그 절반인 548유로(약 82만 원)를 부담한다.

공적 연금 제도는 항상 사회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에서도 '노인 빈곤'의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연금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사회 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임금 직업의 증가이다. 이는 사회 보험 가입 의무 근로자 수를 현저하게 감소시키고 있다. 둘째, 지난 20년 동안 근로자의 소득이 급속한 생산성 향상이나 1인당 GDP 증가분에 비해 뒷걸음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료의 납부액도 아주 더디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의 연방 정부는 이 연금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금이 부족한 2차 대전 후에는 연금 지급액의 50%에 이르기까지를 세금에 의한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례를 참조하여 과거 연금 제도의 미비로 인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이미 공약한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을 깎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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