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대여 강공 드라이브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정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로 100일 넘게 장외 투쟁을 벌였던 민주당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불퇴전의 각오로 투쟁하겠다"고 나서면서, 여야 관계 역시 급속하게 냉각될 전망이다.
전병헌 "황교안 즉각 해임하고 내각 총사퇴해야"
전병헌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즉각적인 해임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 및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적 인사 쇄신을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법무부를 불법·불의의 집행부로 전락시킨 황 장관과 불법 대선에 대한 진실 은폐 비호자로 지목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 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끝났다"면서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대통령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의 정의와 상식, 법 감정과 너무 큰 괴리가 있는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며 "국민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건 청문회에서 일관되게 진술을 한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 과장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를 초래한 외압 행사의 장본인인 황 장관의 즉각적 해임과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를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에 엄중히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황 장관과 함께 서남수 교육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특검 요구 재점화…민주 "불퇴전 각오로 투쟁할 것"
김한길 대표 역시 "특검을 통한 재수사만이 진실을 밝힐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로 진실과 국민이 모욕 당했다"면서 "특검이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 이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집권 세력의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는 결국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말 것임을 경고한다"면서 "이 정권이 특검없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을 덮을 수 있다 생각하면 이는 오만에 빠진 착각이며 끝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본청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수용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 등을 담은 규탄사를 발표했다. "126명 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위해 불퇴전의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청래, '朴정권 퇴진' 주장…민주 지도부 향해 "자업자득" 비판도
의원 개별적으론 아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말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또 다시 민주당 내에서 정권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기문란, 불법대선, 부정선거, 허위 수사 발표에 은폐조작 수사외압, 채동욱 찍어내기, 윤석열 수사팀 해체로 결국 김용판 무죄…이제 우리가 부정한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 외칠 때"라며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고 썼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원으로서 민주당이 걱정"이라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며 "신뢰를 잃어 동네 북이 된 지 오래지만 요즘 더 걱정된다. 불법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특검 싸움을 놓고 축의금, 부의금 타령이나 한 자업자득"이라고 최근 김한길 지도부가 발표한 정치 개혁안을 비판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3일에도 김 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혁신 방안을 발표하자 "국민은 자학적 제살깎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야당다운 야당이 되라는 것"이라며 "번지수 찾기가 이렇게도 어렵나요"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김효석 "김용판 판결, 영화 <변호인> 떠올라"…안철수는 '침묵'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역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민주당과 온도 차가 있었다. 안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이날 새정추 회의에서 "판결을 보고 문득 영화 <변호인>에서 재판하는 법정이 떠올랐다"며 "부림 사건은 30년 전 일인데 어제 판결을 보고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남은 것은 특검밖에 없고, 특검은 국민적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국민의 힘은 어디서 만들어야 하나, 국민을 또 거리로 내몰 거냐?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여당을 겨냥해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김 전 청장 재판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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