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온라인판 머리기사를 통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소개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가디언>은 5일(현지시각) "한국 영화가 삼성 공장의 질병을 조명하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다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피해자의 목소리도 담았다.
신문은 삼성이 한국에서 막강한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언론도 삼성을 겁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황 씨는 딸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삼성)와 겁 많은(timorous) 한국 언론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황 씨가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왔는지 상세히 썼다. 신문이 소개한 황 씨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삼성은 유미가 매일 같이 접촉해온 그 화학 물질들과 백혈병이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황 씨가 말했다. 딸의 동료도 같은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그는 의심을 접을 수 없었다. "전문가와 이야기하고 신문, 텔레비전, 잡지를 보며 연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당신은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하나의 약속>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또 하나의 약속>은 오로지 개인 기부금과 크라우드 펀딩만으로 제작된 첫 한국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법정 싸움을 피하기 위해 제작사는 원래 제목이었던 '또 하나의 가족'을 <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꿨다. '또 하나의 가족'이 삼성의 광고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도 삼성 대신 진성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반박도 실렸다. 신문을 보면 삼성은 "우리는 언제나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우리의 반도체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준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문은 삼성의 이런 반박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한혜경 씨의 어머니인 김시녀 씨는 이런 말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한 씨는 삼성을 퇴사하고 4년 뒤인 2005년에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고 적었다.
김시녀 씨는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딸에게, 그녀의 병이 반도체 공장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밝혀내기 전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은 삼성과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은 날 더 싸우고 싶게 만들 뿐이다. 내 딸이 삼성에 취업했을 때 나는 딸의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어줬다. 그녀가 한국에서 제일 큰 회사에 다니게 됐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러나 지금, 삼성이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하다는 사실을 안다. 삼성의 속은 텅 비어있다."
6일 현재 <또 하나의 약속>은 CGV 50개, 메가박스 27개, 롯데시네마 19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배급사 측은 애초 300개 관을 목표로 배급을 진행했다. 그러나 예매율 1위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상영관 축소 외압설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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