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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기름 유출, 태안 사고의 '6가지 교훈'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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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기름 유출, 태안 사고의 '6가지 교훈' 적용해야

[기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정부 '허둥지둥'은 똑같다

설날 아침, 기름 유출 사고가 여수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1995년 여수 금오열도의 소리도 앞바다 씨프린스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이후 20년 만이다.

해양수산부는 1월 31일 09시 35분경 "여수 원유 2부두로 진입 중이던 싱가포르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가 항해 부주의(추정)로 원유 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켜 송유관 내부에 있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원유 등 약 164킬로리터가 유출되고, "사고 지점으로부터 5~6킬로미터 해안에 부분적으로 기름 부착, 사고 지점 북서쪽 묘도 일원 및 남쪽 오동도 해상까지 부분 오염"되었다.(2월 4일.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 부두는 광양만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는 광양만, 동서쪽으로 남해군과 여수시로 막혀있는 커다란 만(gulf)의 형태이다. 광양만 안쪽으로는 광양 국가 산업단지, 여수 국가 산업 단지 등 석유 화학 단지, 제철소, 원료 부두 등이 밀집해 있다. 낙포동 원유 부두 아래쪽 오동도 해상은 한려 해상 국립공원이며, 여수 남단의 돌산도 일부와 금오 열도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구역이다. 사고 해역의 동서쪽 남해군과 여수군 어촌 마을은 톳, 미역, 바지락 등 각종 어패류를 양식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2007년 태안 앞바다 5마일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 기름 유출 사고'를 현장에서 기록한 바 있다. 당시의 생생한 기억에 비춰 이번 여수 기름 유출 사고 대응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가 4일로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낙포동 원유 2부두에 기름띠가 여전히 눈에 띄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2007년, 2013년…해양수산부는 허둥지둥

첫째, 섣부른 자신감과 안일한 예측은 사고를 키운다. 해양수산부는 여수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송유관 밸브 차단 완료(오전 10:30)하였으며, 선박으로부터의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해경청의 현장 육안 확인 결과 원유 약 10킬로리터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1월 31일. 해양수산부 페이스북). 그러나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유출량은 164킬로리터로 초기 유출 추정치보다 16배 높고, 기름띠는 여수 오동도를 지나 남단의 국동항까지 영향을 미치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기름 유출 사고 방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7년 사고가 1995년 씨프린스 사고와 달리 수월한 방제 조건에 있다는 점과 겨울철 낮은 온도의 영향으로 원유의 응고력이 높아 해안선까지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의 방제 예측, 한국해양연구원의 유출유 확산 예측은 모두 실패했다. 2007년 사고 당일 저녁, 녹색연합은 학암포, 구례포, 신두리, 구름포, 의항리, 천리포, 만리포, 모항, 파도리 등 태안군 서해안 전 해역이 기름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목격했다. 태안군 주민들은 흡착포는 물론 기본적인 방제용품도 없이 기름 재앙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둘째, 기름 유출 사고의 사각 지대에 맞춤식 해안 방제가 필요하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당일, 태안군 의항리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갯벌의 기름띠를 확인하고 흡착포 등 방제 장비를 요청했으나 즉시 지급되지 않았다. 사고 후 하루가 지난 12월 8일 오전 7시까지 피해 마을 어느 곳도 방제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고 기름 재앙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상 방제에 집중하면서 해안 방제를 방치했고, 그나마 해안 방제도 만리포 등 유명 관광지에 집중되었다.

사고 발생 후 상황실과 현장 연락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현장 상황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해안 방제 대응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1995년 씨프린스 사고 때도 지적된 내용이다. 씨프린스 사고 백서를 보면, 해안 방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해안특성에 맞는 방제 기법 적용, 과잉방제 주의, 해안 환경 및 생태계 2차 오염 유의, 지역 방제 실행 계획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획일적인 방제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적합한 맞춤식 방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방제 작업으로 발생한 폐기물 처리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수거된 폐흡착제 등 유류 폐기물은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즉각 처리되어야 한다.

셋째, 규격에 맞는 방제 용품을 지급하고, 조속한 보건 관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수 신덕 마을의 사고 현장을 찾았다. 윤 장관은 주민들과의 대화 도중 유류의 독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는 당연하고 본능적인 행동이다.

방제 현장 곳곳에서 방제 참여자들은 호흡기 통증,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주민, 공무원, 군인 등 방제 작업의 일선에 있는 작업자들에게는 반드시 방제 교육과 함께 규격에 맞는 방제 용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방제 현장의 건강 모니터링, 지역 주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모니터링과 치료 등 종합적인 보건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1주일 뒤, 녹색연합은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방제 참여자들에 대한 원유의 인체 영향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의 97.2%가 안전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었고, 조사자의 55%는 원유에 직접 노출되었다. 또한 조사자의 3%만 보호 안경을 착용해 방제 참여자들의 안구 피해가 우려되었다.

방제 당국은 방제 참여자에 대한 인적 사항도 확보하지 않은 채 이들을 현장에 투입하였다. 2007년 12월 16일 대한의사협회는 "해양에서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헥산과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탄화수소류가 대기 중으로 휘발하면서 급성 호흡 자극과 반복 노출에 의한 두통, 현기증, 피부 자극 등이 우려된다"며 오염방제활동 참여자의 건강을 위한 대국민 권고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 2007년 검은 기름을 온몸에 뒤집어 쓴 게. ⓒ녹색연합
정부가 발로 뛰어야 피해 확산 막는다

넷째, 유처리제 50%가 생태계 잔류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여수 기름 유출 사고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유처리제의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안 방제와 해상 방제를 위한 유처리제 사용 지침을 수립, 준수해야 한다. 유처리제는 자체 성분이 매우 복잡한데다 제조업체가 성분의 조성을 비밀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유처리제는 암반이나 갯벌 등의 해안지역 기름 제거에 사용되어도 무방하지만, 해수 중에서는 기름을 수중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생물에 악영향을 미쳐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유처리제의 회수율은 20%에 불과하며, 20~30%는 증발, 50%는 생태계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당시에도 유처리제 사용에 따른 오일볼과 타르 덩어리 등이 모항, 안면도 등에서 발견되었다. 2007년 12월 16일, 해양수산부 전문가 회의에서는 타르 덩어리가 해양 생물에 부착되거나 해수에 녹으면 해양 생태계와 수산 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유처리제에 의한 2차 오염이 발생하며, 해양 생태계에 무시하지 못할 악영향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지역 어민들은 유처리제의 2차 오염 문제를 이유로 사용 중단을 요청했지만, 297킬로리터의 유처리제를 사용했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때는 179킬로리터의 유처리제를 해상에 살포했다.

다섯째, 피해 주민과 정부, 지자체가 힘을 합쳐 객관적인 피해액 산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992년 국제 유류 오염 보상 기금'(IOPC펀드)의 배상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 배상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기름 방제와 예방 조치 비용, 기름 유출로 인한 직·간접적인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마케팅 비용, 환경 피해로 인한 합리적인 복구 비용, 주민 건강 피해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조사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 배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피해와 기회비용에 사용된 객관적인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씨프린스 사고 당시, IOPC펀드에 요청한 금액은 736억 원이지만 방제비용을 포함해 502억 원의 피해 배상밖에 받지 못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사고로 충남, 전북, 전남 피해주민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4조2271억 원이지만, IOPC는 피해 신고액의 4%인 1824억 원으로 산정했다.

피해 배상을 위한 정확한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는 피해 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사고 지역 각 어촌계를 방문해 피해 배상을 위한 절차와 구비 서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직접 주민 피해를 수집해야 한다. 피해 배상에 대한 증명을 온전히 피해 주민들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발 벗고 뛰어야 한다. 물론 이번 여수 기름 유출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피해 배상의 주체가 확실해질 것이다. 그러나 책임 주체가 정해지기 이전이라도 국가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양 생태계 피해에 대한 모니터링과 복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는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우리는 1995년과 2007년의 경험으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겨울 철새 등 야생조류 피해, 상괭이 등 해양 포유류 폐사, 플랑크톤 및 먹이 사슬 1단계 생물 피해로 인한 생태계 먹이 사슬의 연쇄적 타격, 갯벌과 연안 지역의 저서생물 피해와 생태계 변화 등 피해가 광범위하고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1995년 씨프린스 사고 후 한국 해양연구원의 환경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사고 해역인 여수 소리도 주변 바닷속은 3년간 생물체의 산란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여수 기름 유출 사고 역시, 국가 차원의 해양 생태계 피해 현황 모니터링과 복원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여수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량은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의 5035킬로리터,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의 1만2547킬로리터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그러나 사고 해역이 북쪽으로는 광양만, 동서쪽으로는 남해군과 여수시로 막혀있는 커다란 만(Gulf)의 형태이기 때문에 기름 오염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고 시점이 사리 물때(음력 1월 1일)와 정확히 겹쳐 오염 물질이 빠른 조류를 타고 확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쪼록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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