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8일 교섭단체간 원내대표 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민주대연합 논의와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에 민주당과 함께 참여해 '부자감세 저지'를 약속했다 뒷통수를 맞은 데 대한 격앙된 반응이다.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의원은 이날 오후 예산안 관련 여야 합의문 작성을 위해 열린 야3교섭단체 대표 회담장에 예고없이 들어와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무산된 회담은 이날 본회의 이후로 미뤄졌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3교섭단체 대표 회담을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는 등 한나라당의 감세 정책과 이를 저지하지 못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강기갑 대표와 함께 백봉신사상을 받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신사상을 받은 사람이 이러면 되나"면서 "국회법에 따라 교섭단체끼리 이야기하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하자 강 대표는 "내가 쇼하는 것처럼 보이느냐"고 맞받으며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결국 홍 원내대표와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나간 후 강 대표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약 30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강 대표와 대화를 마친 원 원내대표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부자감세 철폐' 등 현안과 관련해 민주노동당과 공조를 강조해왔던 원 원내대표는 "방법론에 있어서 현실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원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방법론에서 예산 관련한 현실주의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처리해 종부세가 껍데기로 남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 연석회의와 함께 3대 방향 10대 과제에 민주당이 합의했으면서 이같은 자세를 보이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도 강 대표와 대화 직후 "한나라당이 임시국회에서 세대간 갈등 법안, 반민주 법안 등을 처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그러나 여야3교섭단체 회담이 재개되면 이같은 방법을 통해 합의문 작성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승흡 대변인은 "우리가 (소수 정당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어디든 가서 밀실야합을 최대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의 입장이 이처럼 강경해지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갖고 "12일 처리는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미 대국민 합의를 봐 버렸다"며 "12일까지는 더이상 원내대표 회담을 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법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
감세법안 합의의 후폭풍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민생민주국민회의'도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방문, '부자 감세안'과 '예산안 12일 처리'를 사실상 합의한 데 대해 강력 항의했다.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 박정곤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민웅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등 지난 4일 정세균 대표와 비상시국회의에서 자리를 함께한 인사들은 격앙된 태도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측은 "예산안에 민생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감세에 따른 세입 확보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국민회의는 민주당과 협력 관계에 있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예산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완결된 것은 아니라면서 민생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대표는 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기 전에 민생민주국민회의 측과 협의를 거칠 것을 약속하면서 국정원법 개정에 대해서는 "몸을 던져 전면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 직전 민주당 당직자가 사진 기자들 앞에서 악수 포즈를 제의했지만 민생민주국민회의 인사들은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느냐"며 거절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반MB연대는 첫 관문인 예산안 처리과정부터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한편 시국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민주당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비판까지 자제했던 일부 인사들과 민노당의 '비판적 지지' 관행도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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