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김연아 선수나 이상화 선수 때문에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고, 한국이 싹쓸이를 하지 않으면 섭섭한 종목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4개의 금메달(500미터, 1000미터, 1500미터, 5000미터 계주)을 다 가져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있고, 금메달을 잃는 모양새도 상당히 찝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 남자 쇼트트랙 팀은 국내외 쇼트트랙 전문가들 대다수로부터 '역대 최약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메달색깔을 중시하는 국내 체육계로서는 악몽이라고 할 '노골드'라는 성적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남자 쇼트트랙에서 캐나다의 찰스 해믈린과 한국의 쇼트트랙 스타였던 러시아의 안현수(29)가 외국 선수로서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는 안현수가 반드시 금메달을 따려고 벼르는 이유는 '명예 회복'이 상당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안현수 잃은 남자 쇼트트랙, 역대 최약 평가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선수는 한국의 대표선수 출신인데, 한국의 남자 쇼트트랙 팀은 '역대 최약체'라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꼽히던 노진규(22·한체대)가 암 투병으로 소치행이 좌절된 탓만 할 수는 없다. 2013-20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4차례 대회에서 금메달은 2개 뿐이었고, 2차와 4차 대회에서는 개인전에서 메달 자체를 따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신다운(21.서울시청)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개인종목 메달을 한 개도 건지지 못햇다. 1500미터의 이한빈(26·성남시청)은 최근 이 종목까지 넘보는 안현수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현수는 지난달 20일 소치올림픽의 최종 리허설 격인 유럽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종합우승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최소한 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
그런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던 안현수는 왜 러시아의 귀화 선수가 됐을까. 스포츠계의 정설은 안현수 선수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안현수의 아버지가 국적 회복의 조건으로 '연맹의 인적 쇄신'을 내세운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안현수의 '금빛 성공', 국내팀 '노골드' 참사 벌어진다면...
파벌 싸움은 편파판정과 승부조작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2011년 안현수의 대표팀 탈락이었다. 분노한 그는 마침 소치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메달까지 노린 러시아 빙상연맹의 귀화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이런 사례가 재발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지난해 10월 '체육단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학벌과 지연, 혈연 등에 따라 파벌을 지어 경기단체를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으로는 동일학교 출신자 및 재직자가 재직임원 수의 20%를 넘지 않도록 하고 경기단체 임원의 장기 재직을 막기 위해 중임 1회만을 허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선 방안이 체육계의 난맥상을 깰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배트민턴의 이용대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어이없는 행정 실수로 도핑테스트 위반으로 1년 선수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사례에서 보듯 경기단체가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과 불신이 상당히 강하다.
오죽하면 무심하고 무능한 체육행정에 쇼크를 주기 위해서라도 '비운의 황제' 안현수가 소치의 빙판에서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기를 응원하겠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그 결과 혹시 안현수 선수가 메달의 색깔만 중시하는 국내 체육계에 '금메달'을 한 개라도 앗아간다면 '문책론'이 비등해지지 않을까. 또한 '안현수 국적 회복 운동'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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