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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상추' 너도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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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상추' 너도 빨갱이?

[오늘의 조중동] '정상추', 언론의 비판 기능 일깨워…

<조선일보>가 새 먹잇감을 물었다. 이름 하여 '정상추',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다. <조선>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선제 대응 명령이 떨어진 'SNS 괴담' 출처로 '정상추'를 지목했다.

특히 <조선>은 '정상추'에 소개된 외신 보도가 국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트위터에서 리트윗 돼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 집중했다. SNS를 중심으로 한 개인 활동에 '불온하다'는 의미의 빨간색을 덧씌워 몰아가는 모양새다.

'정상추', 실상은 '검은머리 블로거'?

<조선>은 이날 3면 기사 '外信으로 포장된…SNS 怪談 출처는 '검은머리 블로거''에서 "최근 들어 이른바 '외신(外信)을 인용한 출처 불명의 글들이 국내 'SNS 괴담(怪談)' 형성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정상추'가 이런 글을 집중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확인 안 된 내용과 과장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글이 '정상추'에 의해 외신으로 둔갑해 국내에 퍼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상추’ 페이스북

'정상추'는 사회에 만연한 불법, 부정, 불의와 싸워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목표로, 지난해 6월 6일 페이스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정상추'는 주로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도를 한국어로 번역해 알리고 있다.

현재 '정상추' 페이스북에는 지난 12월 25일 2차 밀양 희망버스 소식을 보도한 <레볼루션 뉴스>의 기사가 번역되어 있다. '정상추'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목에 쇠사슬을 걸고 식사하는 시민들의 사진에 대해 "과연 이것이 21세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하는 의문을 전 세계에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 목에 쇠사슬 걸고... 레볼루션 뉴스 밀양 사진 충격)

'정상추'는 앞서 ABC, BBC, 가디언, 뉴스위크, 텔레그래프, 피가르, 르몽드, 타임스 등 외신 사진공급처인 'Demotix'에 '밀양의 시위자들 고압 송전선 반대 시위하다(Demonstrators in Miryang protest high-voltage transmission lines)'라는 제목으로 9장의 사진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프레시안>도 당시 현장을 보도했다.

(☞ Demonstrators in Miryang protest high-voltage transmission)

(☞ "고마해라! 765 송전탑!")

<조선>은 '정상추'의 글이 트위터 파워트리안을 통해 전파·확산된다고 보고 있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를 '종북'으로 몰고 있다는 '정상추'의 외신 번역 글을 진중권·표창원 교수가 리트윗했다며 "두 사람의 팔로어가 55만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사람이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부 비판 자체를 '괴담'이나 '루머'로 치부하며, 이를 전파하는 행위를 '종북'으로 모는 셈이다.

<조선>은 또 '정상추'가 불명확한 매체의 보도를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이 한국 영사관 앞에서 진행한 철도노조 지지 시위에 정부가 돈을 주고 방해꾼을 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정상추'의 외신 번역글을 근거 없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외신도 권은희 진급 탈락 주목'이라는 제목의 '정상추' 번역 기사 역시 과장된 글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정상추'가 '세계적인 권위·영향력'을 지닌 매체라고 소개하는 외신(글로벌보이스, 레볼루션 뉴스, 샌프란시스코 독립미디어센터(IMC))이 개인 블로그이거나 기부자·투자 정보 등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작년 11월 이후 글로벌보이스에 게재된 한국 관련 글 40여건은 한국 이름을 쓰는 여성 블로거 'L씨' 한 명이 모두 작성했다"고도 덧붙였다.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계 블로거(검은머리 블로거)'에 의해 날조된 기사라는 것이다.

<조선>은 이어지는 기사 ''정상추' 미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몇 사람이 주도 - 전문가 "발신지는 외국같지만 발원지는 국내인 셈"'에서 "'정상추'는 이른바 '외신'이라는 꼬리표를 단 정체불명의 글을 국내로 들여오는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주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에 대한 해외 인터넷 사이트 소식을 번역해 SNS와 포털 사이트 토론방(다음 아고라)을 통해 국내로 역(逆) 전파하는 방식이라는 것.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정상추'의) 일부 글은 일반인들이 보면 발신(發信)지는 외국 같지만 실제 발원(發源)지는 국내인 셈"이라며 "국내 매체들이 이를 '외신'이라고 보도하는 건 일종의 '낚시질'에 낚인 셈"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조선>, '정상추' 너도 빨갱이?

<조선>은 SNS 상의 자발적 시민 활동인 '정상추' 자체를 '종북' 또는 '빨갱이'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번역글 대부분이 정부 비판적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명박 퇴진'이나 '박근혜 사퇴', '탈핵' 등의 해쉬태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에게는 2008년 촛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셈이다.

‘정상추’ 기자라고 밝힌 이하로 씨는 지난달 16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정상추 너 미워! 그러니 너도 빨갱이!'라는 글에서 "요즘 박근혜 정부 언론관계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눈엣가시가 바로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외신 보도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x) 정상추가 등장해 꼬박꼬박 외신에 보도되는 한국관계 보도를 번역해 자신들의 통제가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재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언론 통제와 비판 없이 이에 순응하는 언론에 대한 지적이다.

이 씨는 그러면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에 '정상추'를 가리켜 '국제 공산주의 단체와 연대해 언론플레이(여론몰이)를 하는 단체'라고 비방하며, 국정원이 '정상추'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 글까지 올라왔다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3년 11월 1일 자 기사 ⓒBBC 홈페이지

그러나 '정상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났다. 지난해 11월 초 박근혜 대통령 유럽 순방의 이면(裡面)을 전하며, 대안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

특히 KBS가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황금마차까지 동원했다"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박 대통령의 만남을 미화할 때 '정상추'는 가 박근혜 대통령 특집기사('Profile: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민주주의 탄압' 등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정상추'는 이 기사의 편집 방향에 대해 "방문하는 타국가를 소개하는 기사가 의례적으로 치적과 공적,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데 반해 이 기사는 담담하게 박근혜를 소개하고 있지만 국정원의 선거개입, 박정희의 독재 언급, 박근혜가 박정희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점들을 소개하고 있어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언론의 왜곡 보도는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영국과 프랑스 현지 언론이 박 대통령에게 관심을 가진 부분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 대통령의 딸, 그리고 지난 대선 때 자행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언론이 '프랑스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도한 박 대통령의 불어 연설에 대해 <뉴스타파>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소설에 가깝다"며 "사실상 국내용 대통령 선전물"이라고 꼬집었다.

(☞ "유럽순방보도, 100% 국내용")

'정상추'는 또 박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 기업인들의 환호는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 시장 개방을 약속하고 받은 대가라고 알렸다. '정상추'는 프랑스 제1일간지 <르몽드> 기사를 번역해 "(박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 대표들의 모임인 메데프(Medef는 ‘Mouvement des entreprises de France) 본부에서 약 300여 명의 프랑스 기업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불어 연설을 통해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에게 개방하겠다고 공표했으며 기업대표들은 이에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특히 비관세 장벽을 폐지함으로써 양국 간의 교류에 장애가 되는 일련의 장벽들을 없애기 위한 대통령 시행령이 요 며칠 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프레시안> 단독 기사 '박근혜, 철도민영화 물꼬 틀 GPA '밀실 재가''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프랑스 연설 일주일 뒤(11월 15일), 정부는 '도시철도 개방'이 포함된 정부조달협정(GPA)을 밀실 재가했다. 사실상 '철도민영화'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 [단독] 박근혜, 철도민영화 물꼬 틀 GPA '밀실 재가')

"기자들은 죽었다, 민주주의와 함께"

박 대통령과 유럽 순방을 함께한 청와대 기자들이 펜을 굴리지 않을 때 '정상추'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일깨웠다. 세명대 이봉수 교수는 이에 대해 "청와대 기자들은 죽었다, 민주주의와 함께"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며, 청와대 출입기사들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언론을 국정 감시자가 아니라 자신의 동정을 보도하고 정책을 선전하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부친의 언론관을 닮았"으며 언론은 "청와대 홍보담당관처럼 처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왕적 통치의 위험이 있는 "대통령제 아래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관건"은 '보도관제'에 저항하며 까다로운 질문을 끈질기게 던져 정부와 사회의 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과 기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또한 <미디어오늘> 칼럼을 통해 "11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 관련 언론의 보도는 여러 측면에서 언론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기자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불어 연설에 대한 분석 기사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청와대 기자들이 죽으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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