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 1986년 11월 6일~2013년 5월 19일 (총 9629일)
공식경기 전적 : 1500전 895승 338무 267패 2769득점 1365실점 승률 59.67%
주요우승 : 리그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챔피언스리그 2회, 클럽월드컵 2회
위의 내용은 바로 지난해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으로 거둔 성적이다.
1983년, 스코틀랜드의 애버딘 FC 감독으로 현재 유로파리그의 전신 중 하나인 유럽축구연맹(UEFA) 컵위너스컵을 제패하고 기세를 몰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의 단판 승부인 UEFA 슈퍼컵도 쟁취한 공으로 대영제국 4등급 훈장을 받았던 퍼거슨은 맨유 감독으로는 1995년 대영제국 3등급 훈장에 이어 1999년에는 기사 작위에 서임됐다. 은퇴 후에는 세습할 수는 없는 종신 남작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축구지도자로 퍼거슨 같은 영예를 누린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부잣집이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건만, 퍼거슨이라는 절대자가 떠난 맨유는 이번 시즌 22라운드 현재 11승 4무 7패 36득점 27실점 승점 37로 7위에 머물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의 하한선인 4위와는 승점 6점 차이라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정상이나 그 근처가 익숙했던 축구 애호가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이에 대한 당황과 실망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시즌 맨유 부진에 대한 책임이 퍼거슨에게도 있다고 말한다. 세부적으로는 각론이 분분하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성적을 낼 수 없는 선수단을 후임에게 물려줬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안에서의 호성적에 가려져 있었지만, 대외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혹평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12/13시즌 퍼거슨의 맨유 선수단 관리 통계
공식경기 투입 선수 : 32명
1000분 이상 출전 선수 : 22명
공격포인트 기록 선수 : 22명
경기당 출전시간 분포
0~40분 : 5명
40~50분 : 1명
50~60분 : 4명
60~70분 : 5명
70~80분 : 7명
80~89분 : 6명
풀타임 : 4명 / 에브라, 데헤아, 린데고르, 마이클 킨
그러나 퍼거슨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2012/13시즌, 그의 선수단 관리를 보면 그야말로 운영의 극에 달한 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월드컵이나 대륙선수권 등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대회의 1군 구성원은 23명이 보통인데 퍼거슨은 1년 동안 32명을 공식 경기에 투입했으며, 이 중에서 득점이나 도움을 기록한 선수가 22명이나 된다.
비교적 무명이나 신예 선수의 공격포인트야 행운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난 시즌 1000분 이상을 소화한 선수 역시 22명이라는 점에서 공격포인트 기록자의 다양한 분포는 우연이 아니라 여러 선수에게 고루 기회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당수에게 충분한 출전시간을 배분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경기당 출전시간 분포를 보면 확연해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번 경기에 나오면 교체되지 않는, 아니 초일류 팀이라면 그런 상황 자체를 최대한 피해야 하는 주전 골키퍼와 그 다음 순서의 골키퍼인 스페인대표 다비드 데헤아와 덴마크대표 안데르스 린데고르가 풀타임을 소화했고,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 수비수 마이클 킨에게 리그컵 2경기를 연장전까지 모두 기회를 준 것을 제외하면, ‘혹사’라는 논란이 불거질 선수는 프랑스대표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가 유일하다.
에브라는 지난 시즌 맨유 소속으로 42경기 4골 6도움을 기록하면서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는데, 심지어는 국가대표로 출전한 월드컵 예선 6경기와 평가전 3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체력의 극한을 시험당했다.
그러나 에브라를 제외한 퍼거슨의 출전시간 부여는 선수단 관리의 모범사례라고 해도 좋다.
경기당 70분대가 7명으로 가장 많고, 80분대가 6명, 40분 미만과 60분대가 5명, 50분대가 4명, 40분대가 1명이다.
네덜란드대표 공격수 로빈 판페르시가 맨유에 입단하자마자 48경기 30골 15도움으로 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이면에는 부상이 잦은 그를 위해 경기당 77.1분만 활용한 퍼거슨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다.
퍼거슨이 떠나자 구단에 선수 영입/방출에 대한 사전 고지와 의논 등 선수 이상의 권한을 요구하여 ‘대원군’이 되려는 것이냐는 의혹에 휩싸인 잉글랜드대표 공격수 웨인 루니에게는 부상이 아님에도 명단에서 6번이나 제외하는 채찍과 역시 크고 작은 부상과 인연이 꾸준한 그를 위해 경기당 76.2분으로 출전시간을 조절해주는 관리를 병행하면서 37경기 16골 15도움이라는 성과를 유도했다.
맨유 입단 첫 시즌인 2010/11시즌, 리그 13골과 챔피언스리그 4골 등의 활약이 너무 인상적인 탓인지 이후로는 유능한 교체 선수 정도로 여겨지는 멕시코대표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별칭 치차리토)도 지난 시즌 퍼거슨의 마지막 지도를 받으면서 36경기 18골 8도움이라는 성적 자체도 수준급이지만, 경기당 57.3분만을 뛴 그의 90분당 공격포인트는 1.14에 달하는 그야말로 특급 조커였다.
대외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지난 시즌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32강 H조를 1위로 통과했음에도 하필이면 레알 마드리드와 16강에서 만나는 불운 속에 1차전 원정 1-1 무승부, 홈에서의 2차전에서 1-2로 아깝게 졌다는 것을 벌써 잊었나 싶을 정도다.
지난 시즌 준결승까지 진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합계 1골 차로 결승행이 좌절됐던 레알 마드리드를 맞아 맨유는 홈과 원정에서 모두 선제 득점을 했고, 2차전 후반 11분 있었던 포르투갈대표 미드필더 나니의 즉시 퇴장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0-1이라는 점수 열세와 원정의 부담까지 더하여 벼랑 끝까지 몰려 있었다.
2차전 레알 마드리드의 2골은 나니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한 후에야 나왔고, 게다가 맨유는 퍼거슨이 루니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교체 선수로 28분만 활용했다.
시즌 공격포인트 2위 선수 없이도 유럽 4강 팀을 맞이하여 퇴장이라는 돌발적인 변수가 있기 전에는 주도권을 잡았던 맨유가 과연 대외 경쟁력이 부족한 팀이었을까?
이번 시즌 맨유의 부진을 보고 퍼거슨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장기 집권과 너무도 당연하게 거둔 성과나 업적 때문에 선수단의 ‘관리자’라는 운영 능력만 주목받고 ‘감독’으로 전술과 전략적인 재능은 ‘익숙함’과 ‘무뎌짐’ 때문에 과소평가하지는 않았나 하는 뒤늦은 반성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퍼거슨의 후임 데이비드 모예스가 잉글랜드프로축구감독협회(LMAA) 선정 올해의 감독을 세 번이나 수상한 명장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퍼거슨이라는 운영과 지휘 능력을 겸비한 희대의 감독이 떠난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전도 아닌 공식 경기에 투입된 선수가 32명이나 되고, 22명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유럽 4강 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친 2012/13시즌의 맨유.
이런 팀을 물려주고도 이번 시즌 부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퍼거슨은 너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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