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27일 여권에서 6.4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유 장관은 일단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주저할 이유 없다"는 말로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요청이 있을 시,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 장관에 대한 <조선>의 의도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유 장관의 평가가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에 대해 유 장관은 '박 시장의 몰이해'를 지적했다.
유정복 "박원순, 정부 입장 이해 없어"
<조선>이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고 질문하자, 유 장관은 "다른 시도보다 (무상보육) 부담률이 높은 서울시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이해가 간다"면서도 "(박 시장이) 너무 정부 입장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박 시장은 작년에 국무회의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박 시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정부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해준다고 해서 국무회의에 안 들어오는 건 맞지 않다"는 것.
그러나 이는 박 시장이 무상보육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을 지적하며,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을 떠넘기려는 정부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무시한 발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17일 그해 영유아보육 지원대상 확대와 양육수당 추가 지급으로 인한 중앙정부 지원액 5607억 원을 지자체에 배분하면서 해당 지자체와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
박 시장은 일주일 뒤(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갑(정부)의 을(지자체)에 대한 횡포"라며 정부 측에 무상보육 국고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박 시장은 "지방의 어려운 재정상황 고려 없이 추경을 전제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건 무리한 요구"라며 "정부가 국가위임사무나 국가 주도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매칭 방식으로 지방에 떠넘겨 지방정부의 허리가 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한 것처럼 영유아보육사업은 원칙적으론 전액 국비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으로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9월 25일 정부가 무상보육에 대한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발표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보전대책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도 "지방자치를 근원적으로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경기도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을 통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며 "중앙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무상보육을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국무회의에 불참했다.
이번 지방선거 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수장인 유 장관은 민선 지방자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장관은 "민선 지방자치 부작용 중에 대표적인 게 재정 문제"라며 "금년에라도 (파산제 법제화를) 당과 협의"해 "무책임한 자치단체에 대해선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예산을 고삐 삼아 야권이 주도하고 있는 지자체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이 유 장관의 입을 빌려 무상보육에 대한 박 시장의 주장을 '떼쓰기'로 치부한 것은 '박원순 흠집 내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서울을 탈환한다는 전략이지만, 유력 후보들의 '간 보기'가 계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장 불출마 입장이었던 정몽준 의원은 미국 행에 앞서 출마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현대중공업 주식을 백지신탁할 의사를 밝혔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출마 가능성을 강력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추대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조선>은 박 시장의 행정과 태도를 깎아내려 50% 이상에 달하는 지지율을 흔들려는 것이다. 유 장관과의 인터뷰 시작에서 "그동안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유 장관이) 발언을 피해왔다"고 했지만, <조선>은 '대표 친박' 유 장관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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