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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도 힘든데, 학교장이 시키는 건 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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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도 힘든데, 학교장이 시키는 건 모두다?

[비정규노동자의 얼굴]<10> 조순옥 특수교육 보조원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나는 특수교육 보조원입니다. 2005년도부터 일을 했으니까 이제 9년 되었네요. 나이는 50세, 조순옥입니다. 나는 봉사활동으로 이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내 딸이 장애가 있었거든요. 봉사한 지 3년째에 채용이 되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저한테 묻더라고요. 시간외 수당이나 출장비를 왜 안 받으시냐고요. 저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거든요. 행정실 가서 물어봤더니 비정규직들은 그런 거 원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근로기준법을 찾아봤죠. 그런데 어떤 조항에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그런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항목이 없었어요.

우리 학교에는 특수교사 보조원이 저 하나예요. 때문에 시간을 나누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요. 저희는 주당 수업시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오전 9시부터 8시간 동안 수업이 풀타임으로 빽빽하게 짜여져 있어요. 너무 힘들어요. 나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이탈을 하면 착석하게 하고, 소·대변 못 가리는 아이들은 시간 맞춰서 화장실을 같이 가주고, 혹시 실수하면 씻겨주고, 기저귀도 갈아줘요.

우리들의 계약서에는 업무 란에 '기타 학교장이 시키는 일'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요. 수업을 대신해서 시키기도 하고, 차 접대를 시키기도 해요. 심지어 설거지나 당직 선생님들의 밥을 하라고 하는 경우까지 있었어요. 혹시 '떡셔틀', '수박셔틀'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승진을 해서 오면 화환이 오는 것처럼 학교로 떡이 와요. 그 떡을 한 팩씩 나누어서 각 학급에 배달하는 것은 학교비정규직 중 교무 선생님의 몫이에요. 떡은 그나마 나아요. 여름이면 학부모님들이 수박을 보내오는데요. 그걸 다 잘라서 배달하고 남은 껍데기까지 학교비정규직 선생님들이 처리해야 해요.

게다가 저희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장애 아이의 특성상 자기 통제가 안 되니까 더러 사람을 할퀴거나 밀치기도 해요. 저는 얼마 전에 학생이 밀치는 바람에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고요. 어떤 선생님은 학생이 밀어서 넘어지는 바람에 뇌진탕 진단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유급휴가가 14일 밖에 안 되어서 얼른 퇴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규직 교사들은 유급휴가가 60일이거든요. 비정규직들은 정규직보다 더 많이 아플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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