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나이는 58세입니다. 광진우편집중국에서 일을 한 지는 5년 되었네요.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잘 안 되어서 집사람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먼저 집중국 일을 했고, 저도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발착계에 있어요. 소포가 나오면 의정부, 고양 등 각 지역으로 가는 차에 실어서 보내는 일이에요. 두 시간 일하고 30분씩 쉬어요.
소포계나 대형계에서 일하는 여자분들은 80%가 병을 갖고 있어요. 팔이나 허리가 아파요. 치료는 각자 개인적으로 해야 해요. 우리 집사람도 소포계에 있다가 병이 나서 버는 것보다 돈이 더 들었어요. 여성이 하기엔 벅찬 일이거든요. 우리는 우스개 소리로 그래요. 아픈 데가 없다는 사람은 거짓말 하는 거라고요.
동서울 우편집중국에는 700명 정도 근무해요. 야간에 처리해야 하는 양만 많을 땐 7만 건 정도예요. 그걸 60여명의 노동자가 처리하죠. 일은 고된데 임금이 오르질 않아요. 최저임금에서 20원 정도 더 주죠. 2년 이상 일을 해서 무기계약직이 되었어도 임금은 안 올라요. 십 년 일을 해도 시급이 그대로예요. 임금도 적은데 야식도 주지 않아요. 잠깐 쉬는 동안 컵라면 하나 먹죠. 아침 퇴근시간까지 들어온 건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데,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퇴근시간까지 다 끝내도록 무조건 쥐어짜죠.
저는 밤 10시에 출근해서 아침 6시 20분에 퇴근이에요. 집에 오면 7시죠. 남들 출근준비 할 때 퇴근하는 거죠. 밤에 활동하다보니 낮에 활동하면 어색해요. 환하니까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주로 술에 의존해서 잠들곤 해요. 낮 3시에 일어나서 집사람하고 교대를 해요. 저는 그때 나가서 자영업 일 보고, 집사람은 그때 잠깐 쉬고 우편집중국으로 출근하죠. 둘이 그렇게 살아도 힘이 들어요. 원 없이 쉬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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