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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절경 내성천, 4대강 공사 1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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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절경 내성천, 4대강 공사 1년만에…

[포토스케치] 시한부 신세 된 내성천, 그리고 '땅 1평 사기'

내성천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4대강 사업 불과 1년. 빨라진 유속 탓에 모래가 깎여 생긴 '모래절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강 허리에에는 내성천의 운명을 결정 짓는 거대한 규모의 댐 건설이 한창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롭던 강은 더이상 점잔을 뺄 처지가 아닌 듯 했다.

회룡포. 물길이 둥글게 굽이치고 모래톱이 백사장을 만들어 내성천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곳의 강 가장자리는 모래가 약 1~2미터 가량 깎여나갔다. 강 가까이 내려와 있는 콘크리트 도로를 기준으로 보면 그 위로 약 1미터가량 쌓여있던 모래가 모두 사라졌다. 콘크리트 아래로도 1미터 가량 파여있었다. 이렇게 훼손된 회룡포는 공교롭게도 4대강 사업이 시작되던 시점(2008년 12월)에 국토해양부에 의해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중 최우수 하천'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빨라진 유속과 모래 유실이 올 여름의 유난한 폭우 때문만일까?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내성천 하류에서 나고 자란 이현부(54)씨는 "강에 오래 살다보면 자연히 강의 생리를 알게 된다"며 "낙동강 바닥을 팠으니 모래가 쓸려내려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낙동강 본류 준설로 깊어진 강이 지천과의 낙차를 만들어 내성천 하류부터 유속이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나이 많은 주민들도 평생 이렇게 모래가 깎여나간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이런 속도라면 몇 년 사이 모래가 다 없어질 것 같다"고 주민들의 우려를 전했다.

영주댐 완공되면 내성천 모래밭은 사라져

사실, 내성천의 더 큰 위협은 영주댐이다. 공기 단축으로 2012년 완공 예정인 이 댐이 지어지면 내성천의 상류는 물에 잠기고 하류는 모래가 공급되지 않아 고유의 기능을 잃게 된다. 모래는 담수능력이 있어 갈수기에도 물을 공급하고 물의 자정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댐 건설로 모래가 쌓이지 않고 본류 준설로 모래가 쓸려 내려가면 내성천은 지금과 같은 모래밭을 잃을 수도 있다. 물 공급이 줄어들면 하류에 급격한 육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육지화는 생태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내성천은 영주댐 완공 시점에 따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수질 악화를 대비한 물 확보. 보 건설로 물이 고여 수질이 악화되면 상류에서 물을 한꺼번에 내보내 수질을 개선하려는 게 이유다. 12년 전 송리원댐으로 추진되다 폐기되다시피 했던 댐 건설 계획이 2008년, 준설과 보 건설을 골자로 하는 4대강 공사와 함께 주력사업으로 부활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댐 건설의 여파는 자연에만 미치지 않는다. 영주댐은 괴헌고택 등 12곳의 문화재를 수몰시키고 400여년 동안 집성촌을 이룬 금강마을 등 약 500여 세대의 살 곳을 빼앗는다. 아직도 필요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영주댐 건설의 가까운 미래다.

내성천 지키기에 나선 내셔널트러스트, 연내 1만평 확보

이런 배경에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내성천의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참여로 5만원에 1평씩을 사서 내성천의 가치가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확보해 시민 주도로 영구히 보호하는 시민환경운동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김금호 사무국장은 "2015년까지 10만평의 땅을 확보하겠다"며, "당장 올해 안에 내성천 하류에 식생이 좋은 곳을 골라 1만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또 "시민들의 동의가 있다면 땅 매입 뿐만 아니라 댐 건설 이후 강의 생태계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는 일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율스님과 함께 경북 영주시 이산면에서 시작해 예천까지 이어진 내성천 물줄기를 답사했다. 거대한 댐 건설 현장과 이로 인해 잃게 될 강과 사람, 동물들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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