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씨와 파업 중인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11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향했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참가자는 800여명에 달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400여명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월 6일부터 영도조선소의 35미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2003년 정리해고에 반발해 김주익씨가 목을 맨 85호 크레인이다. 벌써 159일째다.
'희망 버스'가 도착한 것은 밤 11시 30분 경. 회사 측은 참가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동문과 서문을 봉쇄해 버린 상태였다. 그때 벽에서 사다리가 내려왔다. 참가자들은 사다리를 타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찰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용역보다 멀리 있던 경찰까지 달려와 사다리를 막았고 용역과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용역이 소화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눈앞을 하얗게 가린 소화기 분말은 사람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싸움은 격렬해졌다. 소화기가 허공을 날아다녔다. 헬멧과 집기들이 위험천만하게 던져졌다. 십수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당연했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용역은 썰물처럼 빠졌다. 연행자는 없었다. 119구급차가 부상자를 실어냈다. 참가자들은 크레인 앞에 앉아서 마침내 집회를 열수 있었다.
'희망버스'는 12일 오후 3시경 마무리됐다. 조합원들은 일렬로 서서 박수를 치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밤 용역에 맞선 이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달랐다고 한다. 실제로 '희망버스'가 내려가기 하루 전에도 용역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제대로 맞서지도 못하고 폭행만 당했다는 것이다.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곯아떨어졌다. '고된' 일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된 하루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저들은 어떨까를 생각했다. 참 긴 하루다. 참 지루한 싸움이다. 참 답답한 세상이다.
<정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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